국토부도 총리실도… 거짓해명·축소에만 급급

입력 2011-06-17 21:31

향응접대·뇌물수수 비리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국토해양부와 이를 감찰한 국무총리실이 거짓해명을 한 것으로 드러나 정부에 대한 신뢰성이 추락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15일 제기된 이른바 ‘제주 연찬회 향응·접대’ 사태와 관련, 국토부 직원들이 룸살롱 향응을 받았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적극 해명했다. 하지만 이 해명은 이틀 만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17일 국무총리실 감찰자료 등에 따르면 국토부 서기관 등 6명은 연찬회가 열린 지난 3월 31일 수자원공사 직원 2명과 저녁식사를 마친 뒤 여성 접대원이 있는 룸살롱으로 옮겨 접대를 받았다. 술값 45만원과 봉사료 44만원을 포함한 125만원은 수공 측이 부담했다. 앞서 국토부가 내놓은 해명자료에는 술값과 봉사료를 뭉뚱그려 ‘주점비용’으로만 표시돼 있다. 국토부는 또 향응·접대를 받은 직원들이 추후 개인별로 비용을 분담해 수공 측에 송금했다고 밝혔으나 총리실 감사가 시작되자 뒤늦게 돈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파문이 확산되자 국토부는 사태 진화에 급급하는 모습이다. 당초 국토부는 이날부터 이틀 동안 한국선주협회와 ‘해운업계 사장단 연찬회’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이번 사태의 파장을 의식한 듯 돌연 행사 참석을 취소했다. 국토부는 또 산하단체나 관련업계 같은 대외기관과의 식사·술자리 문화 등 행동지침을 규정한 직원 윤리행동강령을 만들고 있지만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가식적인 조치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특히 국토부 내의 비리는 오랜 관행으로 굳어져 쉽게 고쳐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국토부는 건설과 교통, 해양수산 부문 등 3개 부처급이 합쳐진 비대한 조직이다. 여기에다 산하 공기업이 31개, 각종 인허가권만 1600건을 지닌 ‘갑’의 위치에 있어 향응·접대·비리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서는 4대강 사업에 ‘올인’하면서 내부 비리에 눈감아 주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더구나 공직비리 감찰의 중추부서인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마저 국토부 연찬회 비리를 적발하고도 이를 축소하는 데 급급해 빈축을 사고 있다. 공직복무관리관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국토부 직원들의 제주 연찬회 비용 대납 등의 의혹이 불거지자 “매년 하는 연찬회로 큰 징계 사유는 안 된다”며 “언론보도가 과장됐다”고 말했다. 또 향응 제공 업체에 대해서는 “4대강 공사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했으며, 연루된 공무원 수에 대해서는 “공단이랑 합해서 10명 정도이고, 국토부 직원은 6명 정도”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드러난 연찬회의 전모는 복무관리실의 설명과 달랐다. 부스 임대료 등의 횡령 의혹과 참석 공무원의 향응 수수 행위가 확인됐고, 돈봉투가 오갔다는 얘기도 나왔다. 게다가 국토부 직원들에게 식사와 향응을 제공한 업체들은 한국종합기술, 리버엔텍 등 4대강 사업 설계·감리업체로 확인됐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지난해 민간인 사찰 문제를 일으켰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이름을 바꾼 조직이다. 민간인을 사찰하는 데는 온갖 노력을 기울이면서 공직자 비리에 대해서는 제 식구 감싸는 듯한 행태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총리실은 18일 국정토론회에서 해당 기관이 비리 직원에게 온정주의적 처벌을 할 경우 제재하는 방안 등을 담은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엄정한 공직기강 확립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나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박재찬 김남중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