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 인프라 구축이 근본 해법”
입력 2011-06-17 18:26
정부가 하반기 대대적인 공직감찰 활동을 예고한 후 공무원들이 밥 먹는 것조차 조심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대적인 감찰만으로는 한계치에 다다른 공직비리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반부패 관련법과 제도, 기구, 문화 등 ‘반부패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반부패 인프라는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패방지위원회를 승계한 국가청렴위원회를 폐지하고 국민권익위원회로 통합시킨 게 단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부패방지법과 부패방지위원회를 만든 김대중 정부, 부패방지위를 청렴위로 조직을 확대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추진한 노무현 정부와 비교된다.
통폐합으로 인해 부패방지는 행정심판, 권익보호처럼 권익위의 여러 업무 중 하나로 지위가 추락했다. 이전까지 장관급 위원장이 이끌던 부패방지 업무는 현재 국장급에게 맡겨져 있다. 부패방지국의 직원 수는 60∼70명에 불과하다. 권익위 고위 관계자는 “통폐합으로 반신불수가 됐는데, 조사 권한마저 없어 팔다리까지 잘린 상황”이라며 “부패방지국에서 하는 일은 청렴도 평가나 청렴교육이 전부”라고 말했다.
공직비리를 막는 법과 제도의 정비도 진전이 없다. 다음 달이면 제정 10주년이 되는 부패방지법은 규정이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공직자윤리법’ 역시 조문의 90%가 재산 등록 및 공개 규정이고, 나머지는 퇴직자 취업 제한에 관한 것으로 현직 공직자에 대한 견제기능이 거의 없다. 두 법 모두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권익위가 내년 입법을 목표로 추진 중인 ‘공직자의 청탁수수 및 사익추구 금지법’(가칭) 제정은 벌써부터 관련 부처들의 견제를 받고 있다.
비리 척결의 최일선에 선 사정기관들의 부패 문제도 심각하지만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스폰서 검사’ ‘함바 경찰청장’ ‘물방울 다이아몬드 감사위원’ 등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검찰, 경찰, 감사원은 물론 금융감독원, 국세청에서까지 비리 연루자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 포진한 감사관들의 내부 감찰기능 역시 전관예우 등으로 무력화됐다는 분석이다. 공수처 등 사정기관 감시를 담당할 전담기구 설립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7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국회에서도 부정부패와 청탁비리를 예방하고 척결하는 법, 제도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