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물납주식 딜레마… 물납 가액 미만으로 입찰 금지

입력 2011-06-17 21:19


A사는 세금을 현금 대신 비상장주식으로 냈다. 얼마 뒤 A사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공매에서 이 주식을 되사갔다. 그것도 세금으로 낸 가격보다 더 싸게 가져갔고, 세금 감면 효과까지 봤다. 이 같은 편법 이용 사례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지적되자 정부는 지난달 국유재산법 시행령을 개정, 원천적으로 이를 차단했다. 하지만 캠코는 어려운 처지다. 그러잖아도 물납된 비상장주식은 잘 팔리지 않아 골머리를 썩고 있는데 규제가 강화되면서 그 인기가 더욱 떨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17일 캠코에 따르면 상속세, 증여세 등 국세를 비상장주식으로 물납한 당사자는 지난달부터 국유재산법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물납 가액 미만의 금액으로 입찰에 참가하거나 수의계약을 신청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합법적 탈세방법으로 악용됐던 국세물납주식 재매입이 원천봉쇄된 것. 2006∼2009년 캠코가 매각한 물납 주식 중 205개사(72.5%)의 주식이 해당 회사나 주주, 관계사 등에 다시 팔렸다. 이에 국세물납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고 급기야 법 개정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비상장주식의 인기도를 고려할 때 재매입하는 이들이 빠지고 나면 그나마도 세금으로 환수될 수 있는 현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데 딜레마가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금액기준으로 국세물납 비상장주식 매각은 지난해 6월 130억8600만원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2월 9억1900만원으로 떨어진 뒤 지난달에도 16억6600만원에 불과했다.

비상장주식 공매가는 최초 감정가의 100%에서 시작해 유찰될 경우 총 6차례에 걸쳐 감정가의 60%까지 낮아지게 된다. 그런데도 환금성이 떨어지고 업체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여러 차례 유찰되기 때문에 가격이 물납 때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캠코에 따르면 2006∼2010년 물납 비상장주식 6904억5100만원어치를 처분해 4007억7700만원을 회수했다. 회수율은 58.0%로, 비상장주식 처분 과정에서 2896억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