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 대출 확대 정책 반응 시큰둥
입력 2011-06-17 21:40
금융당국이 고정금리 대출 중심으로 대출 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중은행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당장 고객부터 금리가 1% 포인트 정도 더 높은 고정금리 대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고정금리 대출의 이자납입액 일부에 소득공제를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지만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시중은행은 판단하고 있다. 오히려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 금리 인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계 대출이 걸림돌이 되자 시중은행에 고정금리 인하를 유도, 리스크를 떠안기려 하는 게 아니냐는 반발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7일 “연초부터 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추진해왔지만 생각보다 성과가 미미하다”면서 “당장 고객부터 꺼리고 있어 무작정 추천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약 10년 거치로 2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면 A은행의 경우 신규 코픽스 기준(6개월) 변동금리는 평균 연 4.9%(16일 기준)로 월 이자부담액은 81만6000원이다. 고정금리로 받을 경우에는 연 5.45%가 적용돼 월 90만8000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같은 조건에서 B은행도 변동금리는 연 4.8%, 고정금리는 연 5.1%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의 상당 부분이 빚을 내 집을 사는 부동산 재테크임을 감안하면 중산층으로서는 당장 이자가 싼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은 전체 가계대출의 절반이 넘는 60% 수준이다.
A은행 관계자는 “당장 지점에 나가보면 대부분의 고객이 이자가 싸다는 이유로 변동금리를 선호하고 있다”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고정금리 대출을 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이번 시도가 정책 실패를 시중은행에 떠넘길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그동안 저금리 기조를 이어왔던 정부가 정권 말을 맞아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높은 가계 대출이 걸림돌이 돼 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고정금리·분할상환 방식의 대출을 유도해왔지만 최근 은행들이 내놓은 고정금리 대출 상품의 실적은 미미했었다.
따라서 이번 조치를 통해 결국 시중은행이 고정금리를 변동금리 수준으로 낮추도록 압력을 행사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