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일장관 “北 주민 귀순 언론 보고 알았다”

입력 2011-06-17 17:40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북한 주민들의 귀순 사실을 닷새 동안이나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밝혔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모른 척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나오지만 어불성설이다. 다른 자리도 아니고 국회에서 국회의원의 질문에 답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거짓말을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 정보를 공유하는 부처 간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도 단단히 있다는 증좌다. 한심한 일이다.

북한 주민이 귀순하면 국정원·군·경찰 등으로 구성되는 합동신문조에 통일부가 끼어있지 않은 탓에 그렇게 됐다는 ‘해명’도 있다. 기본 시스템 또는 절차상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 주민들이 귀순해 왔다면, 특히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을 때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 적어도 대북 주무부처 수장인 통일부 장관에게 즉각 알리는 게 상식 아닌가.

게다가 귀순 사실이라든가 북한이 귀순자 송환을 요구한다든지 할 때의 정부 대응은 통일부가 맡아서 발표해야 한다. 그런데도 통일부는 16일 귀순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기 직전까지 “지금 시점에서도 여전히 확인해서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통일부의 공식 확인 전에 “귀순 주민의 자유의사를 존중해 사안을 처리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외교 안보라인에서 통일부가 ‘왕따’ 당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큰 문제다. 통일부가 책임지는 대북정책과 관련해 정부 내에서부터 불협화음이 빚어지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외교 안보라인의 부처 이기주의나 부처 간 알력, 또는 태만이 정보 공유를 막아 정부의 종합적인 판단 및 대처에 차질이 생긴다면 국가 안보에 치명적이다. 천안함, 연평도 사태 당시 군과 국정원이 각각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도 제대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큰 피해를 봤던 게 대표적 예다. ‘쓴맛’을 보고도 잘못을 고치지 못하는 폐단을 철저히 뜯어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