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나전칠기, 현대적 감각 입고 세계로 뻗어 나가다
입력 2011-06-17 17:41
한국전통 나전칠기에 매달리는 김영준(52) 작가는 20년 전만 해도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에서 일하던 증권맨이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회사원 생활에 염증을 느낀 그는 1994년 과감하게 직장을 그만두고 옻칠가구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어릴 적 안방에 있던 가구를 보면서 ‘나도 크면 저걸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소망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숱한 고난의 세월을 딛고 그는 검정 바탕 일색이던 자개공예에 화려한 색을 넣은 작품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옻칠 정제장치, 컬러옻칠 기술에 이어 입체감까지 표현되는 나전칠기 제작법 개발로 2007년에는 중소기업청 선정 ‘신지식인’이 되고 지난해 ‘옻칠명인’으로 선정됐다. 지금은 나전공예품을 생산하는 ㈜국보칠기와 국보옻칠연구소 대표로 나전칠기 현대화에 앞장서고 있다.
2008년 5월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대표의 손에는 영롱한 자개와 옻칠이 조화를 이룬 게임기 박스 ‘X-박스360’(사진)이 들려 있었다. 이 대통령에게 전달할 선물이었다. 이 대통령에게 한국적인 디자인을 선물하고 싶었던 빌 게이츠는 주목받는 공예가인 김 작가에게 게임기 박스 제작을 의뢰한 것이다.
그의 22번째 개인전이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센터에서 30일까지 열린다. 나전회화, 공예, 아트상품 등 각 20점씩 총 60점의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진주, 전복, 소라 등 30여 가지 조개류에서 가공된 서로 다른 자개 빛이 인공 조명과 어우러져 환상적이다. 자개로 만든 ‘초충도’와 소반, 달항아리, 장롱 등과 빌 게이츠가 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X-박스360’도 전시된다.
그의 공예작품은 영국 런던 한국문화원에서 상설 전시 중이며 중국 베이징 한국문화원, 미국 뉴욕 한국박물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오는 10월 홍콩 아트페어와 11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크 아트페어 등에도 출품이 예정돼 있다. 작가는 “앞으로 LED나 광섬유 빛을 융합해 자개의 새로운 빛을 내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02-2003-8392).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