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박준서 경인여자대학총장] “3년째 우수대학… 보석 같은 여성 지도자 키웁니다”

입력 2011-06-17 17:34


박준서 경인여자대학 총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구약학자다. 서울대 법학과와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예일대와 프린스턴대에서 신학박사를 취득했다. 1977년부터 연세대 신학대학원 교수, 신과대 학장, 교학부총장을 역임하면서 수많은 목회자들을 길러냈으며, ‘구약개론’ ‘성서와 여성’ 등의 명저를 내놓았다. 그런 그가 기독교 정신 아래 설립된 경인여대의 6대 총장으로 2009년 취임했다. 취임 2년차를 맞은 박 총장으로부터 여성 리더십 개발과 기독교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요즘 등록금 논란이 뜨겁습니다. 대학사회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사회 발전에 비해 대학은 뒤진 감이 있습니다. 사실 대학은 일종의 성역이었거든요. 그동안 학생 수는 많고 대학은 적다 보니 학교 운영에 어려움이 없었어요. 그만큼 무풍지대였다는 말이죠. 지금은 극심한 경쟁 시대입니다. 머지않아 대학 진학자 수가 상당히 줄 것입니다. 자연히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는 학교는 퇴출되는 상황이 올 것입니다. 대학들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봐요.”

-경인여대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계십니까.

“우리 학교는 인천 지역의 유일한 기독교 여자대학입니다. 제가 총장에 취임한 뒤 경쟁 속에서 선두대열에 서기 위해 ‘4강(强)’ 대학을 표방했습니다. 그것은 실용전문 교육과 취업에 강한 대학, 인성교육과 봉사에 강한 대학, 학생 복지와 학생 서비스에 강한 대학, 교육시설과 설비에 강한 대학입니다. 실제로 실무 중심의 학과를 신설했고 조만간 지하 3층, 지상 7층의 ‘개교 20주년 기념관’을 건립할 예정입니다. 등록금도 동결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올해 1차 수시모집 경쟁률이 14.5대 1로 인천 지역 11개 대학 중 가장 높게 나왔습니다. 신입생 등록률도 2년 연속 100%를 기록했습니다. 최근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취업률, 학생충원, 장학금 지급률, 교수 충원율 등에서 3년 연속 교육지표 우수 대학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전문대학 교육역량 강화사업’과 ‘전문대학 대표브랜드 사업’에 선정돼 정부로부터 국고를 지원받을 예정입니다.”

-취임 후 학과 구조조정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교수님들은 사실 경쟁을 위해 변화해야 한다는 원론에는 찬성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히면 각론에서 비틀어집니다. 대학진학 인구가 현재 67만명 정도이지만 10년만 지나면 40여만명으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두주자로 달리기 위해선 변화 없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는 절대 불가능하거든요.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고자 식품영양조리 사회복지 아동보육 아동미술 등 6개 학과를 신설하고 시대 분위기에 맞게 6개 계열, 26개 학과로 재배열했습니다. 전공 분야를 조정하면서까지 이 일에 따라준 교수님들께 감사합니다.”

-신학자로서 평생 수많은 남성 목회자를 길러내시던 분이 여대 총장을 맡으셨는데요.

“사실 제가 위로 누님이 3명이고 아래로 여동생이 3명입니다. 그래서 타고난 페미니스트라고 해요.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할 땐 반려자인 장상(전 이화여대 총장) 박사와 육아와 가사를 똑같이 분담했어요. 그래서 여자들이 당해온 편견과 불평등, 제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하나님이 주신 재능과 능력 소질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살 책임이 있어요. 그래서 입학할 때 원석 같은 여학생을 졸업할 때 자아를 실현하는 보석 같은 전문인으로 만들어 내보내자는 게 제 임무라 생각합니다.”

박 총장은 요즘도 퇴근 후 장을 보고 설거지도 한다고 했다. 자신보다 바쁜 아내를 적극 후원하기 위해 커피도 끓인다는 박 총장은 과일 채소 고깃값 등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경인여대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계양산 기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캠퍼스가 아름답습니다. 교정에 많은 작품이 설치돼 마치 조각공원 같습니다. 48종에 이르는 교내외 장학 제도에 따라 재학생의 3분의 2가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공부 일촌 맺기’를 통해 교수와 학생이 일대일 관계를 맺습니다. 학생들은 기독교 정신인 사랑 나눔 봉사 성실 배려 등을 실천하기 위해 봉사활동 학점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합니다. 봉사 동아리만도 50개가 넘습니다. 기독교 개론은 필수과목이며, 매주 채플을 드려야 합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축제 등 모든 교내 행사를 알코올 없이 진행하고 있으며, 교내 전체는 금연구역으로 그린캠퍼스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대학 내에 실내수영장과 골프장, 헬스장, 볼링장을 갖추고 있습니다. 교통편도 좋아 인천지하철 계산역에서 도보로 7분 거리입니다. 계양IC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박 총장은 인터뷰 내내 확고한 비전과 강한 의욕을 과시했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경인여대가 머잖아 명문 전문대의 반열에 성큼 올라설 것 같았다.

인천=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