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약물 투약’ 수사… 대구 세계선수권 앞두고 육상계 ‘발칵’

입력 2011-06-16 21:58

경찰이 국가대표 남자 마라톤 대표팀 코치 등을 대상으로 조혈제 투약 여부를 수사함에 따라 8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육상계에 적잖은 파장이 일 전망이다.

경찰은 남자 마라톤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는 정모 코치 등을 중심으로 선수들에게 조혈제가 투약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영준(30·코오롱), 이선영(26·SH공사) 등 남녀 마라톤 간판선수들도 경찰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육상계는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일단 이번 사건을 육상 지도자들 사이의 감정싸움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실업팀 지도자가 정 코치가 지도했던 고교 선수들을 자신의 실업팀에 보내지 않은 것에 불만을 품고 경찰에 제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맹은 경찰 수사를 통해 오히려 사실 관계가 명확하게 가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맹은 지영준 등 간판선수들의 경우 국제 대회에 참가하면서 도핑 테스트를 거친 만큼 실제 약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의 경우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이전 검사들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17일 오전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약물 논란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를 둘러싼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라톤의 경우 개인 종목이기 때문에 개인 신상에 대한 문제는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구조다.

육상계 일부에서는 기록 단축을 위해 조혈제를 맞고 경기에 나서는 것이 어느 정도 일반화돼 있다는 주장도 있다.

만약 약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8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육상계가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더욱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현재 대회를 준비 중인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연맹은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마라톤을 경보와 함께 메달 획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종목으로 보고 있다. 케냐, 에티오피아, 모로코 등 아프리카 나라들의 강세가 예상되지만 안방 이점을 충분히 살려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또 개인전에서도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지영준을 내세워 메달권 진입을 노리고 있기도 하다. 연맹측은 가급적 문제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애쓰면서도 이번 파문이 조기에 끝나길 기대하고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