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품바’ 故 김시라씨의 딸 추리씨, 5인극으로 각색한 새 품바에 출연
입력 2011-06-16 21:33
1인극 ‘품바’는 일제 강점기와 8·15 해방기에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거지 왕초 천장근의 이야기를 통해 민초들이 겪었던 시대의 아픔을 풍자와 해학으로 담아낸 한국의 대표 마당극이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로 시작되는 각설이 타령 등 구전 민요 20여곡을 구성지게 풀어내 관객의 신명을 돋웠다. ‘품바’는 1981년 전남 무안에서 초연된 후 지금껏 5100회 이상 장기 공연되고 있다.
‘품바’ 초연 30주년과 원작자인 고(故) 김시라(1945∼2001) 연출 10주기를 맞아 서울 동숭동 상상아트홀 블루관에서 열린 기념공연에 김 연출의 딸인 추리(21)씨가 무대에 올랐다. 연극·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추리씨는 공연 첫날인 1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김 연출을 지극히 평범하고 자상한 아버지였다고 회상했다.
“정말 자상하신 분이셨어요. 아이들도 정말 좋아하셨고…. 그런데 무대에만 올라가면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변하셨죠.”
생전 품바의 극작과 연출은 물론 고수와 배우 역할까지 모두 맡았던 김 연출은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미국 호주 일본 등 해외까지 찾아가 순회공연을 펼쳤었다. 그동안 ‘품바’ 공연에는 최종원(12대), 박철민(14대) 등 스타 배우들이 거쳐 갔다. ‘품바’는 원래 남성들의 전유물이다시피 했지만 이번에 내용을 각색해 추리씨가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김 연출이 2001년 세상을 떠난 뒤
‘품바’의 명맥을 이어오던 김 연출의 부인이자 추리씨의 어머니인 박정재(49) 상상아트홀 대표가 1인극인 ‘품바’를 현대적인 5인극으로 탈바꿈시킨 것.
“원래 ‘품바’는 고수 한 명과 배우 한 명이 나오는 모노극이라 제가 참여할 기회가 없었어요. 여자가 나오는 극이 아니었거든요. 여자 역할이 있긴 해도 배우 한 명이 일인다역을 하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어머니가 각색을 하시면서 고수 두 명과 배우 세 명이 나오는 걸로 바꾸셨어요. 그중 여자 역할을 제가 맡게 된 거죠. ‘품바’가 이렇게 각색된 건 처음인데 제가 직접 출연하게 되니 느낌이 남다르네요.”
추리씨는 이번 ‘품바’ 공연은 이전까지와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품바’ 원작은 6·25전쟁 등 옛날 일들이 표현돼서 젊은 관객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어요. 그에 비해 각색한 ‘품바’는 젊은 사람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바뀌었죠. 예전엔 품바를 나이든 배우가 맡았는데, 이번엔 역할을 나누면서 젊은 배우도 참여하게 됐어요.”
‘품바’ 공연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묻자 그는 “아버지의 작품인 만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연습을 완벽하게 해 무대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각색된 ‘품바’는 1차 공연이 다음 달 17일까지 이어지고, 이후 오픈 런으로 공연될 예정이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