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구리왕’ 역외탈세 추징도 좌절?

입력 2011-06-16 21:24

국세청의 역외탈세 추징 노력이 난관에 봉착했다. 선박왕 권혁 회장에 대한 해외재산 압류가 홍콩법원에 의해 좌절되면서 각종 역외탈세 조사가 제대로 될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세청은 4100억원대의 사상 최대 세금을 부과한 권혁 시도상선 회장 건에 첫 해외계좌 동결조치를 했으나 계좌가 있는 홍콩의 법원이 지난 14일 이를 거부, 타격을 입었다. 홍콩법원은 “(국세청의) 은행 계좌 동결 요구는 법적 근거가 없다. 해당은행(우리은행)은 모든 압류 조치를 중지하라”고 판결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당 은행 본점을 통해 해외 지점의 계좌를 압류한 것이기 때문에 해당 은행이 압류 무효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압류 조치는 유효하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국세청이 다소 무리수를 뒀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16일 “우리은행이 홍콩에서 영업하는 한 홍콩법원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를 어길 경우 홍콩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도 있어 국세청 입장대로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법이 자국 영토 내에서만 효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국세청이 홍콩의 계좌를 압류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일이 다른 역외탈세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역외탈세자의 자산이 대부분 해외법인 명의로 돼 있기 때문에 홍콩법원 판결 같은 사례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실제 권혁 회장과 마찬가지로 역외탈세 조사 대상인 카자흐스탄 ‘구리왕’ 차용규씨에 대한 과세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