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병합심사’ 놓고 양보없는 힘겨루기

입력 2011-06-16 21:23


정부와 한나라당이 6월 임시국회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 북한인권법이 정국 현안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16일 “북한인권법에는 인권이 없다”고 비판하며 자신들이 내놓은 북한민생인권법의 처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북한이 전날 “북한인권법을 기어코 조작해 낸다면 그 순간부터 북남관계는 완전히 격폐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향후 법안처리를 둘러싼 남남갈등도 우려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지난달 여야 원내대표 회담에서 북한인권법과 북한민생인권법을 병합심사하거나 대안을 만들어 논의하기로 했다. 북한인권법은 북한의 인권 증진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북한민생인권법은 식량·비료·의약품 등의 인도적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나 양당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한나라당은 북한인권법부터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한나라당 의총에서는 북한 반발과 관련해 당 차원의 결의문을 발표하기로 하는 등 강경론이 대세였다.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는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법사위의 자구 수정만을 남겨놓은 북한인권법과 이제 발의해 상임위 심의도 거치지 않은 북한민생인권법을 병합심사하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병합심사 요구는 북한인권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여권 내부에는 대북 쌀 지원 등 민생 문제는 정책적 사안이지 법률로 제도화하기엔 부적합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북한인권법이 반북단체 특혜법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북한민생인권법을 대표발의한 김동철 의원은 “북한인권법은 인권재단 설립을 통해 삐라 살포 단체를 지원하는 뉴라이트 반북단체 특혜법”이라며 “남북관계 경색의 장기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 조항 대부분이 북한인권재단 등 남북관계를 대결로 몰아가는 기관과 기구 신설로 채워졌다는 게 민주당 측 인식이다.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인도적 지원을 규정하고 있다는 북한인권법 제8조는 인도적 지원에 대한 규정이 아니라 인도적 지원에 대한 규제를 담고 있다”며 “포장지와 내용물이 전혀 별개”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북한인권재단은 통일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기록보존소는 법무부와 국가인권위가 각각 기구 설치를 놓고 이견이 있다고 밝혔다.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국가인권위가 지난해 북한인권재단 설립 조항 삭제를 요구하는 서한을 국회의장 앞으로 두 차례 보냈다”며 “한나라당은 북한인권법을 법사위에 계류만 시켜놓고 선거 때 이용하려고만 했지, 아직 부처 간 의견 일치도 못 봤다”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