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내 채권 투자 불 붙었다

입력 2011-06-16 18:28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에 다시 불이 붙었다. 매주 평균 5000억원이 넘는 돈이 시장으로 밀려든다. 지난달에만 4조5000억원에 이르는 뭉칫돈이 국내 채권을 사들였다. 투자금액이 가파르게 치솟자 정부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단기 국채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눈여겨보고 있다.

◇외국인 ‘채권 폭식’ 가속=16일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채권 순매수액은 4조5126억원이다. 지난해 월평균 순매수액(5조26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1월 순매수액 9840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3개월여 만에 4배 이상 뛰어올랐다.

정부는 1월부터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에 이자소득세를 원천징수하면서 외국인의 공격적 투자가 잦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외국인은 지난해 12월 2조4476억원을 순매도하며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하지만 2월부터 상황이 반전됐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 순매수액은 2월 2조4521억원, 3월 2조9638억원, 4월 2조8165억원으로 숨 가쁘게 상승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액은 지난해 11월 말 80조11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 1월 73조9401억원까지 내려갔지만 지난달 말에는 78조7825억원으로 반등했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외국인이 최근 들어 매주 평균 5000억원이 웃도는 돈을 들이붓고 있다”고 했다. 특히 외국인은 채권 중에서도 국채를 편식하고 있다. 외국인의 국채 보유비중은 2008년 8.4%, 2009년 9.8%, 지난해 15.4%, 지난달 말 15.9% 등 계속 증가세다. 지난달에만 2조3992억원을 순매수했다. 순매수액 가운데 79.3%인 1조9019억원은 3년 만기 국채를 사는 데 썼다.

◇“채권 가치보다 원화 가치를 본다”=정부는 시장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외국인 채권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대외경제 상황에 따라 금융시장이 흔들릴 수 있는 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에 관심을 보이는 가장 근본적 이유는 양호한 경기지표에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가 재부각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의 높은 경제성장률, 경상수지 흑자기조, 양호한 재정건전성이 매력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조금 다르게 본다. 경제 성과와 비교해 원화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점이 돈을 끌어 모으고 있다는 시각이다. 외국인이 단기 국채에 집중하는 이유도 짧은 기간에 환차익을 얻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책임연구위원은 “채권 가치보다는 원화 가치가 저평가된 만큼 환차익을 보고 들어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