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값 폭등… 가난한 나라 “돈없어 못먹는다”-잘사는 나라 “건강한 먹거리로”
입력 2011-06-16 18:27
아프리카 말라위에 사는 에드슨 캄바(68)는 TV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저기 나오는 사람들은 항상 고기와 계란을 먹어요. 나도 TV 안에 있다면 먹을 수 있겠죠. 하지만 현실에선 저걸 사먹을 수가 없어요. 전에는 빵에 잼을 발라서 먹었는데 이젠 그것도 힘드네요.”
2008년부터 시작된 식품가격 폭등으로 사람들의 식습관이 크게 변했다고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이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옥스팜이 국제여론조사기관 글로브스캔에 의뢰해 세계 17개국 1만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4%가 2년 전 식습관을 현재는 유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유는 너무 달랐다. 39%는 “식품가격이 너무 올라서 사먹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반면 33%는 “더 건강한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잘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의 차이는 극명했다. 케냐의 경우 79%가 돈이 없어서 예전처럼 먹지 못한다고 답했고, 영국은 41%가 건강 때문에 먹거리를 바꿨다고 대답했다.
옥스팜은 개발도상국의 많은 사람들이 더 싼 음식을 찾거나 예전보다 적게 먹고 있으며 식품의 다양성도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레미 홉스 옥스팜 사무총장은 “사람들의 식습관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많은 경우 변화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4400만명이 지난해 6월 이후 식량가격 상승으로 빈곤상태에 빠졌고, 12억명은 하루에 1.25달러 미만으로 연명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아볼레자 압바시안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식량시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2020년까지 식량가격의 하락폭은 미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미 CNN방송이 전했다.
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