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보상지연… 양돈농가 ‘뿔’났다
입력 2011-06-16 17:49
구제역 피해농가들이 살처분 보상금 신속 지급을 요구하며 다음달 대규모 상경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구제역으로 소·돼지 등을 땅에 묻은지 6개월 이상 지났지만 살처분 보상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재입식을 못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전국 1000만 마리 돼지 중 30%가량이 살처분된 가운데 재입식이 늦어지면서 시중에 풀리는 국산 돼지고기가 적어 국산 돼지고기가격도 당분간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양돈협회에 따르면 살처분 보상금 지급이 미뤄지면서 지난 13일 현재 전국 2200여곳의 살처분 농가 중 12.5%가량인 276개 농가만이 재입식을 진행했다.
이처럼 재입식이 저조한 이유는 보상금 지급이 늦어진 데다 모돈(母豚·어미돼지)을 구하기 힘들고 구제역 발생 당시 돼지 가격보다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한·유럽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향후 축산농가들의 수익 전망이 불투명한 것도 재입식을 결정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김해시 한림면 김모(52)씨는 “다음달쯤 재입식을 준비하고 있지만 지난 2월 지원받은 1차 보상금으로 대출금을 갚고, 남은 돈을 4개월간 생활비로 쓰고 있다”면서 “일부 보상금이라도 받으면 재입식을 빨리 해서 일을 하고 싶은 데 속상하다”고 말했다.
청원군 오창읍 후기리에서 돼지 2000마리를 사육하다가 1200마리를 살처분한 장성순 대한양돈협회 충북협의회 청원군지부장은 “구제역 발생 이전 마리당 40만∼60만원 하던 종돈과 모돈이 60만∼90만원대까지 폭등했지만, 그나마 종돈을 구입할 수 없어 재입식을 포기했다”면서 “구제역으로 큰 피해를 입은 청원군 양돈농가는 아직까지 단 한곳도 재입식을 못하고 있으며, 진천군에서만 소규모의 재입식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돈협회는 이날 대통령과 국회의원, 전국 시군 자치단체장들에게 호소문을 보내 살처분 보상금을 조속히 지급해줄 것을 촉구했다. 특히 살처분 보상금이 조속히 지급되지 않을 경우 다음달 10일쯤 전국 양돈 농가들이 대규모 상경투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사상 최악의 구제역으로 한꺼번에 너무 많은 가축을 땅에 묻기에 급급하다보니 일부 시군에서는 제대로 무게나 마리 수를 기록하지 않아 객관적 평가자료가 없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살처분 보상금 지급이 늦어지고 있는 것. 시가보상을 해주고 있지만 일부 농민들은 보상평가 기준을 수용할 수 없다며 보상금 수용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수산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살처분 보상금으로 50%를 선지급했고 지난달 말 각 지자체에 신속하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지침을 내려보냈다”며 “모돈 선발범위를 넓히고 모돈 수입을 늘리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희 기자, 전국종합=이종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