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북악산 서울성곽 탐방객에게

입력 2011-06-16 17:42

북악산 서울성곽은 2007년 4월 전면 개방됐다. 1년 전에 홍련사∼숙정문∼촛대바위 1.1㎞ 구간만 개방됐다가 4.3㎞ 전체 구간의 문이 활짝 열린 것이다. 서울 명륜동에 살 때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길이 막혀 답답했다고 회상했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개방 조치였다.

1968년 청와대 기습을 노린 북한 무장공비 사건 이후 막혔던 산길이 시민 품으로 돌아오는 데 근 40년이 걸렸다. 가급적 권위주의를 내세우지 않고 열린사회를 지향하려고 했던 노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전면 개방 시기는 늦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서울시는 최근 13.5㎞ 구간을 원형 복원하고, 도로나 주택이 들어선 5.127㎞ 구간을 구름다리 등으로 연결해 2014년까지 서울성곽 18.267㎞를 잇는다고 발표했다. 복원이 끝난 이듬해에는 서울성곽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킨다는 계획이다. 도심에서 가깝고, 전망도 좋고, 쉬엄쉬엄 걸어도 2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는 북악산 서울성곽은 시민들의 문화·휴식 공간으로 그만이다. 지난해에만 23만명이 이곳을 찾았다.

탐방객이 급증하면서 개중에는 탐방의 룰을 지키지 않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혼잡한 틈을 이용해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고 표찰을 받은 다음 반납하지 않는 사람들이 북악산 경계업무를 맡은 군인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다. 3000명 안팎이 찾는 봄가을 주말에 말바위·숙정문·창의문 안내소에서 이런 사람이 가끔 있다는 것이다. 표찰 분실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 군인은 곤욕을 치른다. 군인에게 최대 낙인 휴가가 줄고 호된 꾸지람을 듣기 때문이다.

신분증이 없는 사람이 막무가내로 탐방을 고집하기도 한다. 군인이 규정을 들어 통제를 하면 일부는 악다구니를 부린다. “네가 뭔데, 감히 국민의 출입을 통제하는 거야.” 불순분자의 침투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군인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이 정도면 행패나 다름없다.

그나마 탐방로 안에서의 흡연은 사라졌지만 음주는 근절되지 않았다. 단체 탐방객들이 몰래 갖고 온 술을 마신다. 제지당하면 배낭에 집어넣는 척하다가 군인이 등을 돌리면 잽싸게 병나발을 분다. 다른 탐방객들이 눈치를 줘도 본체만체한다. 음주장면을 목격한 군인은 나지막이 한숨을 쉬며 금주구역임을 재차 설명한다. 청와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해도 슬금슬금 셔터를 누르는 이들도 있다. 이곳을 찾기 전에 북악산 서울성곽 홈페이지를 먼저 보는 것이 좋겠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