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검사들 ‘검·경 수사권 조정’ 집단반발
입력 2011-06-16 21:55
국무총리실 주재로 논의 작업이 진행 중인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에 대해 전국 검찰청 검사들이 16일 동시에 긴급회의를 개최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경의 비공식 논의 과정에서 경찰이 수사 지휘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분위기가 평검사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해 부산·광주·인천·수원·창원·울산·청주·제주지검 등의 일선 검사들은 잇달아 수석검사 또는 평검사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수사권 조정 논의에 거친 표현까지 써 가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경찰이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성토했다. 경찰 수뇌부는 수사 개시권을 인정해주면 검찰 지휘를 받겠다고 말하고, 실무진은 지휘를 아예 받지 않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의 노진영 수석검사는 내부통신망에 “공소장은 내일도 쓸 수 있지만 이번 논의가 늦으면 검찰 수난사를 쓰게 될지도 모른다”며 검사회의를 제안했다. 광주지검 평검사들은 경찰 수사개시권 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건의문을 김준규 검찰총장에 전달키로 했다. 서울남부지검 평검사들도 수사권 조정은 인권 보호를 후퇴시킨다는 건의서를 김 총장에 전달했다.
국회 사개특위 및 국무총리실에서 논의 중인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형사소송법 196조 1항 수정 여부다. 이 조항은 ‘사법경찰관은 검사 지휘를 받아 수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사개특위 검찰소위는 지난 4월 이 조항의 ‘검사 지휘’를 삭제하고 ‘사법경찰관은 검사 지휘가 있을 때 따라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는 경찰의 수사 개시권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어서 권한이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검 중수부 폐지에는 검찰 간부들이 주도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면 수사권 조정 문제는 경찰 관련업무가 많은 일선 평검사들이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수사권 조정에 대한 논의가 결론난 상황도 아닌데 검찰이 벌써부터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는 게 합당한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인권보호 논리를 앞세워 경찰에 수사 개시권을 주면 안 된다는 검찰 주장은 구시대적인 논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변호사는 “검찰 조사를 받는 피의자가 자살하고, 모욕적인 취급을 당했다는 참고인이 계속 나오는 등 인권침해 사례가 되풀이되는데도 인권보호 운운하는 검찰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