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문지방 넘기] 이 땅의 궁핍한 이웃들에게도 오병이어의 ‘보리떡 기적’ 있기를

입력 2011-06-16 17:55


예수님이 베푸신 기적 중에서 오병이어의 기적은 4개 복음서 모두에 나오는 유일한 이야기입니다. 떡 다섯 덩이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의 무리를 먹이신 일은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것입니다. 그만치 중요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다섯 덩이의 떡은 무슨 떡일까요? ‘보리떡(요 6:9)’입니다. 헬라어 ‘크리디노스’는 ‘보리로 만든’이라는 뜻입니다. 요한복음은 친절하게도 이런 사실을 자세히 밝혀주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대표적인 곡식은 밀과 보리입니다. 그중 보리는 주로 가난한 백성의 양식이었습니다. 밀은 비교적 넉넉한 사람이 먹었고, 하나님께 바치는 곡식 제물도 밀가루로 바쳤습니다. 어린아이가 내어놓은 떡이 보리떡이었다는 것은 이 아이의 가정이 가난했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대목입니다.

떡 다섯 덩이와 물고기 두 마리는 우리 식으로 하면 ‘꽁보리밥에 감자 서너 알’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꽁보리밥이나 고구마 몇 개로 점심을 때우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5000명을 먹이신 이야기는 ‘오병이어의 기적’이라기보다는 ‘보리떡의 기적’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그래야만 보리떡으로 끼니를 때우는 가난한 아이의 모습이 더욱 뚜렷하게 부각될 테니까요.

오병이어의 기적과 흡사한 이야기가 구약에도 있습니다. 엘리사 예언자가 보리떡 20개로 100명의 제자를 배불리 먹인 기적입니다. 엘리사 예언자에게 수많은 제자가 몰려들어서 예언자 수련을 받았습니다. 이들의 생활은 궁핍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제자 중 한 사람은 처자식에게 빚만 몽땅 남기고 일찍 죽었고(왕하 4:1), 어떤 제자는 도끼 한 자루가 없어서 남한테 빌려다 쓰고(왕하 6:5), 흉년이 들었을 때는 먹을 양식이 똑 떨어져서 하는 수 없이 들판의 풀을 뜯어 국을 끓여 먹기도 했습니다(왕하 4:38∼39).

사흘 굶으면 쌀가마니 지고 오는 사람이 있다더니 다행히 한 사람이 엘리사 공동체에 양식을 짊어지고 왔습니다. 보리떡 20개와 채소를 자루에 담아 첫 열매로 바쳤습니다(왕하 4:42). 이는 배고픈 장정 서너 명의 양식도 안 되는 적은 분량입니다. 그러나 엘리사는 이것으로 100명의 제자를 배불리 먹였습니다. 구약판 오병이어의 기적입니다.

여기서도 역시 보리떡입니다. 보리떡 20개를 가져온 사람은 아마도 넉넉하거나 여유 있는 사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가족들 굶기지 않고 근근이 입에 풀칠할 정도였을 겁니다. 자기 형편도 어렵지만 굶주리는 예언자 제자들을 위해서 자기의 양식을 나누어 먹으려고 가져왔습니다. 가난한 중에도 나눔의 정신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감동적입니다. ‘보리떡의 기적’입니다.

1% 나눔 운동을 전개하는 박원순 변호사에 따르면 돈이 많다고 반드시 나눔 운동을 많이 하는 게 아니랍니다. 오히려 먹고살기 빠듯한 사람들이 생활비를 아껴서 나눔 운동에 동참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합니다. 과부가 과부 사정을 알고, 배고픈 이가 배고픈 이의 사정을 압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의 궁핍한 이들을 통하여 은밀하게 이루어 가시는 ‘보리떡의 기적’을 보는 이들은 무한히 행복할 것입니다.

오종윤 목사 (군산 대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