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은 亞챔스리그 지름길 프로팀 각축장… 아마 3팀 모두 8강 좌절

입력 2011-06-15 22:08

약팀이 강팀을 쓰러뜨리는 것은 스포츠의 가장 큰 묘미 중 하나다. 이중 FA(축구협회)컵은 세계적으로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 없이 대회를 치르게 돼있어 아마추어의 반란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이중 대표적인 것이 ‘칼레의 기적’으로 꼽히는 1999∼2000 시즌 프랑스 FA컵이다. 4부 리그에 속한 칼레는 2부 리그 팀뿐만 아니라 1부 리그 팀인 스트라스부르와 직전 시즌 리그 챔피언 보르도마저 연파하며 결승에 올라 주목을 끌었다.

1996년 시작돼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국내 FA컵에서도 K리그 팀들이 아마추어에 덜미를 잡히는 이변이 자주 연출됐다. 특히 2005년 실업축구(현 내셔널리그) 울산 현대 미포조선이 대전, 포항, 전남 등 K리그 팀을 잇따라 꺾으며 결승에 진출한 것이 가장 큰 이변으로 꼽힌다. 당시 미포조선 외에도 인천한국철도가 4강에 진출했다. 2006년에도 고양국민은행이 4강에 진출하는 등 아마추어 팀들이 비교적 상위에 올랐지만 2009년과 2010년, 그리고 올해에는 아마추어팀이 모두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15일 열린 16강전에서도 수원시청과 울산미포조선, 부산교통공사가 각각 수원 삼성,포항 스틸러스, FC서울에 나란히 0대1로 패해 아마추어 3팀 모두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아마추어팀들이 16강 이상의 벽을 뚫지 못하게 된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의 위상 변화와 관계 깊다. FA컵 우승팀에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부여되는 상황에서 K리그 팀으로서는 FA컵이 챔피언스리그로 가는 지름길이 되고 있다. K리그팀은 32강부터 대회에 참가해 5경기에서만 승리를 거두면 챔피언스리그행이 결정된다.

이에 따라 K리그 성적이 다소 떨어져 정규리그 1∼3위에게 주어지는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잡지 못하는 프로팀 입장에서는 FA컵이 챔피언스리그로 가는 유일한 동아줄이다. 2008년 정규리그 5위의 포항은 FA컵 우승 이후 2009년 AFC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했다.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정규리그 10위와 7위를 차지한 수원이 FA컵을 2연패하며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했다. 또 승강제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리그 별 실력차가 고착화된 것도 하위팀들의 반란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