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편의냐 안전이냐… 약사법 개정 산 넘어 산
입력 2011-06-15 22:04
보건복지부가 약국에서만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 중 박카스 등 44개 제품을 약국 외 판매가 가능한 의약외품으로 분류했지만 국민적 요구가 높았던 감기약, 해열제, 진통제는 제외됐다.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감기약 등은 현행 약사법상 의약외품이 될 수 없다. 의약외품은 인체에 대한 작용이 약하거나 없어야 한다. 그러나 감기약 등은 인체 중추신경계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해법은 약사법 개정밖에 없다. 현재 의약품을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의약외품 세 가지로 분류하는 것을 수정해 ‘약국 외 판매’ 분류를 새로 만드는 것이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오는 9월에 열리는 정기국회에 약사법 개정안을 상정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약사법 개정은 쉽지 않다. 국회로 공이 넘어가는 순간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거나 저지하려는 이익단체들의 논란이 시작될 것이다. 국민 여론뿐 아니라 감기약 슈퍼마켓 판매를 반대하는 약사들의 눈치도 봐야 하는 국회의원들의 움직임도 변수다.
천신만고 끝에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문제는 남는다. 어떤 제품을 어디서 어떻게 팔게 할지에 대한 실무 작업이 필요하다. 감기약 등을 슈퍼마켓에서 실제 구입하기까지는 적어도 1∼2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15일 활동을 시작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 의약품 분류 소분과위원회는 복지부의 감기약 등의 슈퍼 판매 의지와 이를 둘러싼 갈등 조정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소위 위원 중 의사 측은 “일반의약품 자체가 오·남용이나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이라며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약사 측은 “100% 안전한 의약품은 없다”고 반대한다. 공익대표들은 “국민 편의만큼 의약품 안전성도 중요하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약심 소위가 파행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날 소위 위원들은 복지부 보고 안건의 검토 순서와 문구 하나하나를 두고서도 각자의 입장을 강조하며 공방을 벌였다.
복지부 보고 안건 중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간 재분류 문제는 의사와 약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다. 의약외품 전환 품목과 약사법 개정은 소위가 의견 합치를 이루지 못해도 상관없어 소위 위원들의 불만을 살 수 있다. 약심은 의결기구가 아니라 자문기구에 불과하다.
대한약사회 박인춘 부회장은 소위 직후 “복지부가 너무 많이 몰아친 회의”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