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김도영] 차라리 10억씩 주고 사들이지…

입력 2011-06-15 18:37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운중교 구간에 대한 이설 결정은 전형적인 주먹구구식 도시계획의 결과로 보인다. 1000억여원의 이설비용을 들여 멀쩡한 고속도로를 옮기게 됐지만 해당 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성남시, 국토해양부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

소음이 문제가 된 아파트는 운중교 구간과 불과 33m 떨어져 있어 처음부터 아파트 건설 부지로 지정되지 말았어야 했다. 이 같은 난맥상의 책임은 사업구역만 놓고 보면 성남시에 있다. 하지만 판교신도시 사업을 총괄한 LH나 관리·감독을 맡은 국토부도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LH는 “설령 LH가 설계를 잘못했더라도 성남시가 해당 구역에 대한 세부계획 수립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성남시는 “국토부와 LH가 사업을 주도해 판교택지개발계획을 세우면서 아파트 배치 계획을 확정했고 성남시는 개발계획이 나온 뒤 지분을 확보해 공동 사업자로 참여하게 됐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서로 책임전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면 고속도로 이전 말고는 대체 방법이 없었을까. 도로 양쪽의 방음벽 높이를 9m로 높이는 방안, 소음 구간을 방음터널로 덮는 방안 등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모색됐지만 뾰족한 대안이 제시되지 못했다. 고속도로 설계 시 이런 구조물을 설치할 경우 하중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설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최종 결론이 내려졌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해당 가구를 모두 매입해 오갈 데 없는 주민들을 위한 복지시설로 사용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해당 가구 수가 109가구여서 가구당 10억원 정도로 계산하더라도 공사비로 충분하다는 얘기다.

도로 이설비용은 판교신도시 개발이익금으로 충당된다. 주민들 편의를 위한 공공시설물 건설에 쓰여야 할 돈이 관계자들의 엉터리 도시계획으로 엉뚱한 곳에 쓰이게 됐다. 그만큼 판교 주민들의 복지 혜택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수원=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