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대대적 사정] 청사 사무실서 카드도박·근무시간 중 골프 버젓이

입력 2011-06-15 18:27


‘근무시간에 도박하고 골프치고, 관련 업체로부터 생활비 수천만원 받고…’.

국무총리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이 15일 60여건의 공무원 비위 사례를 공개했다. 복무점검단이 상반기가 채 끝나기 전에 올 1∼5월 적발 사례를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공직기강 문란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이날 중앙부처 감사관들과 오찬을 하며 철저한 내부 감찰을 주문한 김황식 국무총리의 강한 의지도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경상북도 내 국립 A기관 직원은 다른 기관 공무원 등과 수시로 어울려 청사 사무실에서 카드 도박을 하다 적발됐다. 3년여 동안 평일 근무시간 중에 근무지를 무단이탈하거나 허위 출장 처리하는 방법으로 근무지 인근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지방 공무원들도 있었다.

복무점검단은 또 한 중앙행정기관 과장급 간부가 2008년 중앙부처에서 일하면서 업무와 관련해 알게 된 업체 등에서 편의 제공과 생활비 명목으로 2년간 수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모 지자체 간부는 업무와 관련된 건설업체 대표에게서 인사 명목으로 점심식사를 접대받고 현금 수백만원을 받았으며, 부하직원들로부터 상품권 등을 받아 챙기다 적발됐다.

공금 횡령 사례도 잇따랐다. 복무점검단은 B국립대 교수가 다른 사람의 사업자 명의를 도용해 허위로 물품계약, 용역을 하는 것처럼 장부를 조작해 상당액의 비자금을 조성, 사용한 의혹이 있어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지자체 과장급 공무원은 허위로 출장 처리를 하거나 직원 출장비 중 일부를 환수하고 관련 업체 등에서 받은 금품으로 공통 경비를 조성, 과 회식비 등으로 사용하다 꼬리가 잡혔다.

서울 소재 C공공기관은 직원 회식을 위해 또 다른 공공기관인 자회사에 금품을 요구, 법인카드와 현금을 받다 현장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산하 기관이나 피감독 기관과 공동 워크숍을 열면서 산하 기관에 숙박비와 차량 렌트비 등을 대납하게 하거나 워크숍에 참석한 업체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사례도 있었다. 국토해양부의 경우 지난 3월 제주도에서 열린 연찬회 이후 직원 15명이 수자원공사, 용역업체 직원들과 어울려 저녁식사와 술 접대를 받는 등 부적절한 행위가 총리실 감찰에 적발돼 경고 조치를 받았다.

복무점검단은 이밖에 중앙위원회의 모 지방기관장(4급)이 업무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친지 명의로 관련 회사를 세우고 이 회사 제품이 자동차 보험에 적용될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한 사례, 공사설계내역서보다 수천만원을 초과하는 고가 비품을 요구해 시공사에 부담을 전가한 사례 등을 적발, 각각 관련 기관에 통보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