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대대적 사정] 공무원들 “밥조심”… 외부약속 안잡고 부 회식도 연기

입력 2011-06-15 21:21

요즘 정부과천청사를 드나드는 공무원들 사이에는 ‘밥조심’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다. 지난달부터 감사원과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 국가권익위원회 등 감사기관에서 파견된 이른바 ‘암행점검’ 요원들이 청사 안팎에서 활동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과천청사뿐 아니라 세종로 및 대전 청사에서도 감찰이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공무원은 음식점 등 현장에서 적발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15일 오후 과천청사 구내식당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최근 터진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공직 관계자들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니까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암행감사 활동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이런 때는 삼시 세끼 밥 먹는 것부터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요원들의 활동반경이 민원실 등 청사 내부뿐만 아니라 청사 외곽에 주로 위치한 고급 음식점과 유흥주점, 골프장 등까지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특히 잇따른 향응 접대 및 비리 파문으로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국토해양부는 초상집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한 국장급 공무원은 이날 외부 업체와 갖기로 한 외부 미팅을 취소하는가 하면 주중에 예정된 부서 회식을 잠정 연기한 부서도 있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임 장관이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마당에 불미스러운 일이 터져 부처 전체가 초비상”이라며 “점심식사는 되도록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고 외부인과 식사 약속은 취소하거나 아예 잡지 않는 직원이 많다”고 전했다.

공무원들은 특히 지인 소개로 제삼자를 만나는 데 대해선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만에 하나 상대편의 부당한 민원 요구에 따른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한 과장급 공무원은 “한달 전쯤부터 친하지 않은 고교 동창이 친구를 통해 식사나 하자고 요청해 오는데 마음이 내키지 않아 약속을 미루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외부인으로부터 식사나 선물을 제공받을 때 한도 기준인 3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공무원 행동강령이 요즘 부쩍 신경쓰인다는 공무원도 많다. 경제 관련 부처 한 국장급 인사는 “제공받을 수 있는 식사비 기준을 3만원으로 정해놓고 공무원 윤리의식 유무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면서도 조심스러운 표정이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국토부의 연찬회 향응 파문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향응을 제공받은 부패 공무원들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