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블랙 ‘단맛’ 볼까 ‘쓴맛’ 볼까
입력 2011-06-15 22:06
14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다에코 다나베(37·여)씨는 신라면 블랙 4개들이 세트 2봉지를 집어 들었다. 다에코씨는 “얼마 전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신라면 블랙은 꼭 사가지고 들어오란 말에 구입하게 됐다”며 “국물이 매콤하면서도 구수해 일본인 입맛에 잘 맞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옆에서 라면을 고르던 주부 송현영(51)씨 역시 “남편이 너무 좋아해 요즘엔 늘 신라면 블랙을 먹고 있다”며 신라면 블랙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송씨는 다만 “원재료 구성을 보면 사골분말과 우골조미분말 정도가 더 들어가 있는 것 같은데 어느 정도 몸에 더 좋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며 “스프 하나 추가됐다고 1320원을 받는 건 너무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 신라면의 두 배가 넘는 가격으로 ‘고가 논란’을 일으킨 농심의 프리미엄 라면 ‘신라면 블랙’의 인기가 여전한 가운데, 이번 달 중 공정거래위원회가 ‘리뉴얼을 통한 꼼수인상 여부’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라면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4월 중순 출시된 신라면 블랙은 기존 라면보다 두 배 이상 비싼 1320원이란 가격에도 불구하고 ‘우골보양식사(牛骨補養食事)’라는 마케팅과 소비자들의 호평에 힘입어 출시 한 달 만에 1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신라면 블랙이 자사 제품이 아닌데도 “국물 맛이 좋아 밥 한 공기를 말아 싹 비웠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려 ‘홍보’를 해주기도 했다.
신라면 블랙은 출시 두 달이 지난 15일 누적 매출액(출고가 기준) 160억원을 돌파했다. 신라면에 대한 보편적 인지도에다 프리미엄 제품의 가격과 맛과 영양에 대한 논란이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일으키면서 수요를 발생시킨 것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지난달 소비자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해 가격 인상 명분이 적절한지, 광고 내용과 실제 제품 내용이 같은지를 조사해 왔다.
만일 신라면 블랙의 광고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허위·과장 광고로 판단될 경우 공정위는 농심 매출액의 2%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일부 소비자들도 신라면 블랙 ‘대박’을 계기로 다른 경쟁사들의 고급 라면 출시가 이어져 전체 라면값이 오르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
농심 측은 다소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공정위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블랙 제품에는 결코 없던 것이 들어가지도, 들어간 것이 빠지지도 않았다”며 “신라면 블랙 광고에 과장이나 허위가 없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