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등록금 국민 토론회’ 격론… 학생 “등록금 부담에 자살 속출, 대학은 인골탑”
입력 2011-06-15 18:21
한나라당이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주최한 토론회에서 대학, 학생, 시민단체 등 각계의 의견이 쏟아지며 격론이 벌어졌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희망 캠퍼스를 위한 국민 대토론회’ 모두 발언에서 “최근에는 자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학부모의 허리가 휜다고 해서 대학을 등골탑이라고 한다”며 “대학생들이 졸업 후 빚이 남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 달라”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토론이 시작되자 대학생들은 액면 등록금 절반 인하를 요구하며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포문을 열었다. 김수림 덕성여대 총학생회장은 “등골탑이 아니라 인골탑이라고 한다. 등록금 부담 때문에 많은 대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박은철 전남대 총학생회장은 “유럽은 다음 세대에 지식을 물려주는 것을 국가 원동력으로 보는데 한국은 어떻게 할 건지 철학을 보여 달라”고 말했고, 전성원 인하대 총학생회장은 “4대강과 부자 감세는 서두를 일이 아니지만, 등록금은 대학생 생존권과 직결된 민생 문제”라고 주장했다.
진보성향의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은 “학생과 학부모는 애가 타 죽겠는데 서두르지 말자는 대통령이나 재정을 부담할 수 없다는 장관의 말은 충격”이라며 “요람에서 무덤까지가 아니라, 졸업까지라도 사회에서 책임져 달라”고 정부의 재정 투입을 촉구했다.
반면 대학 측은 등록금 부담 완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대학 경쟁력 강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선 한림대 총장은 “정부가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든지, 미국처럼 기부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며 “대학의 경쟁력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면 큰 사회적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영 한양대 금융학과 교수는 “대학 운영의 경우 민간에서 들어오는 자금이 작동해야 미국 대학처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2006년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주홍글씨처럼 낙인돼 있다”며 “저희는 무언중에 등록금을 반으로 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정부담 문제는 정부와 교섭할 때 진정성을 갖고 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토론회에 앞서 열린 한나라당 중진의원 회의에서는 등록금 방안을 포함한 당내 정책 혼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정몽준 전 대표는 “쏟아지는 선심성 공약이라는 것이 초등학교 작문 수준”이라며 “이완용을 ‘매국노’라고 하는데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은 ‘망국노’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대표는 “표(票)퓰리즘이라는 것은 국민들이 속아 넘어갈 수 있다는 치졸한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은 “반값 등록금 등 재정이 담보되지 않은 설익은 정책에 비판이 무성하다”며 “집권당 법안을 당 정책위가 점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