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강렬] 기여입학과 기부입학
입력 2011-06-15 17:47
미디어 재벌인 존 클루지씨는 2007년 모교인 컬럼비아 대학에 기부금으로 4억 달러(4400억원)를 냈다. 그는 1937년에 이 대학을 졸업했다. 4억 달러는 미국 대학 기부사상 4번째로 큰 액수다. 그는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좋은 교육을 받도록 하는 데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컬럼비아 대학은 연 소득 5만 달러 미만의 가정의 학생들 대상으로 학자금 마련을 위해 빌린 대여금을 탕감하는 데 우선 사용하고 향후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자금 지원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전미대학기금관리협회(NACUBO)에 따르면 2010년 현재 하버드대 발전기금은 40조5900억원으로 세계 최대이다. 하버드대는 부모 연소득 6만 달러 미만 학생에게 학비를 전액 면제해준다. 스탠퍼드대 15조1800억원, 프린스턴대 15조7300억원, 예일대 18조2600억원, 컬럼비아대 7조1500원의 발전기금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들 대학도 하버드대처럼 일정 소득 이하 가정 학생에게 학비를 면제해 주고 있다.
이 대학들의 가장 큰 수입은 동문 기부금이다. 경제잡지인 포브스는 세계 억만장자(1조원 이상 자산가)가운데 54명이 하버드대 동문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억만장자의 5%다. 스탠퍼드 출신 억만장자는 25명으로 하버드대의 절반이다. 펜실베이니아대는 랭킹 3위로 18명, 컬럼비아대 예일대는 각각 16명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거액의 기부금을 모교에 냈다.
미 명문대학들은 공통적으로 ‘동문자녀 특례입학(Legacy Admission)’을 시행하고 있다. 동문기여입학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가 동문일 경우 일정한 성적이면 합격시키는 제도다. 이 경우 일반 수험생보다 합격 확률이 2∼4배까지 높다. 하버드대 합격생 2200여명 가운데 10%인 200여명이 동문자녀 특례입학이다. 예일, 프린스턴대도 동문 특례입학생이 전체의 12∼14% 정도다. 예일대를 졸업한 조지 W 부시 전 미대통령도 이 제도의 수혜자다. 미국 내에서도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계속되고 있으나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있다.
거액을 바로 내고 입학하는 기부입학(Development Admission)도 있으나 드물다. 예를 들면 몇 백만 달러 기부의사를 학교에 제시하고 건물 등을 지어 기부하는 조건으로 자녀를 입학시키는 제도다. 그러나 대학은 당장 돈을 받는 대신 동문자녀를 특례입학시키고 대를 이어 기부금을 받는 쪽을 선호한다. ‘반값 등록금’의 대안으로 여러 이야기가 나와 미국의 기여입학 제도를 살펴보았다.
이강렬 논설위원 ry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