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명윤리와 사회질서 흔드는 난자 매매
입력 2011-06-15 21:08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14일 불임 정보 사이트를 운영하며 난자 매매를 알선한 사람들을 구속했다. 브로커들은 1년 동안 16차례에 걸쳐 난자 매매를 주선했다. 이들은 난자를 원하는 의뢰인으로부터 난자 한 개에 최고 1000만원을 받았고, 난자 제공자에게는 최고 600만원을 건넸다고 한다. 난자의 값은 제공자의 외모나 나이 학벌 등에 따라 매겨졌다. 주부, 대학생, 학원강사, 내레이터 모델 등이 난자를 팔았다.
현행 생명윤리법은 금전적 이익이나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정자나 난자를 제공·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고 가볍게 생각할 사안이 아니다. 생명을 수정하는 난자를 사고파는 것은 사회의 기본적 질서를 흩뜨리는 위험한 행위다. 생명윤리법은 불임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도 여성 한 명에게 평생 3차례까지만 허용할 정도로 난자 채취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난자 채취가 여성에게 그만큼 위험할 뿐더러 유전자를 손쉽게 나눠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불법적으로 난자 매매가 기승을 부린다면 생물학적으로 누가 누구의 부모인지 구분이 안 되는 대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범죄가 뿌리 뽑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에 입건된 한 산부인과 의사는 난자 제공자의 신원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진료기록부도 작성하지 않은 채 700여 차례나 난자 채취·이식 수술을 해줬다고 한다. 그만큼 생명윤리에 관한 불법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금도 인터넷 사이트나 여대 앞에서는 난자 매매를 주선하거나 대리모를 구하는 안내문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불임 부부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사이트에는 ‘우리는 기본이 4000만원’이라며 구체적 액수까지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불임 부부의 체외 수정란을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켜 아이를 낳아줄 경우 그만큼의 사례비를 준다는 것이다. 정부는 불임 부부를 위한 치료비와 연구활동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생명윤리 위반 사범을 더 엄하게 처벌해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