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판교 외곽도로 예산낭비 책임자 문책하라

입력 2011-06-15 21:08

경기도 성남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무분별한 도시 개발로 1063억원의 헛돈을 쓰게 됐다. 성남시가 14일 판교신도시 북단을 지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운중교 구간 1.84㎞를 옮기기로 한 것이다. 이 구간을 지나는 차량 소음으로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이 고통을 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멀쩡한 외곽순환도로 일부 구간의 이전은 판교신도시 건설계획 단계부터 잘못된 행정이 불러온 대표적인 예산낭비 사례다. 2004년 4월 성남판교지구 택지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에서 이미 소음 피해는 예상됐던 문제다. 도로변 6개 지점에서 측정한 소음 수치가 대부분 소음진동규제법과 환경정책기본법의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방음벽을 설치하기로 하고 계획대로 아파트 단지를 배치했다. 그러나 운중교 구조물이 방음시설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내부적으로 일부 구간 이전을 검토하다 이번에 확정한 것이다. 소음 피해 민원이 예상되는데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사업을 강행한 국토해양부(당시 건설교통부), 성남시, LH의 무사안일과 무모함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전 비용은 125조원의 빚을 지고 있는 LH와 판교특별회계 차입금을 갚을 수 없다며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한 성남시가 판교신도시 개발이익금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자신의 돈이라면 100만원이라도 허투루 쓸 건지 LH와 성남시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다. 성남시와 LH의 황당한 행정 때문에 애꿎은 판교 주민이 피해를 떠안게 됐다.

총괄사업자로서 설계 오류를 범한 LH와 시행을 맡은 성남시가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주먹구구 개발에 관련된 LH·성남시,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국토해양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감사원은 막대한 혈세를 낭비할 외곽순환도로 이전 계획에 대한 감사에 나서기 바란다. 감사 결과 예산 낭비 주범을 엄중 문책하고, 법적으로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검·경찰에 고발해야 한다. 정부는 도로를 옮길 게 아니라 해당 아파트들을 사들여 복지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