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탄 손오공이 부러우랴 발 아래 백두대간의 비경… 경북 문경 레포츠 여행

입력 2011-06-15 17:33


백두대간의 중심지인 경북 문경이 아웃도어 레포츠의 고장으로 자리 잡았다. 한 마리 새가 되어 창공을 훨훨 날아다니는 패러글라이딩을 비롯해 와이어에 몸을 싣고 숲 속을 질주하는 짚라인, 급류를 헤치는 래프팅 등 스릴 만점의 레포츠 고장으로 무더위 사냥을 떠나본다.

문경활공랜드

문경읍 고요리 단산에 위치한 해발 866m 높이의 문경활공랜드 이륙장. 비행복과 헬멧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구름 옆에 섰다. 교관의 구령에 따라 10m를 달려 산 아래로 몸을 던졌다. 몸이 붕 뜨는 순간 패러글라이더가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발 아래로 주흘산을 비롯한 백두대간 명산과 마을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소파처럼 편안한 하네스(입는 안전벨트)에 앉아 하늘 산책을 시작하는 순간이다.

주흘산, 주령산, 포암산, 대미산, 백화산 등 백두대간 명산들에 둘러싸인 문경활공랜드는 국내 최고의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꼽힌다. 경관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분지지형으로 패러글라이딩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승기류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천혜의 조건으로 인해 국내에서 개최되는 대부분의 패러글라이딩대회는 문경에서 열리고, 주말에는 수백명의 동호인들이 문경의 하늘을 울긋불긋 수놓는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호기심에 패러글라이딩을 시작해 5년 만에 여성챔피언으로 등극한 조혜정(35)씨는 “체계적인 교육만 받고 안전수칙만 지키면 패러글라이딩 보다 안전한 레포츠가 없다”며 “놀이기구 타는 것 보다 더 쉽다”고 말했다. 그녀가 지금까지 비행한 횟수는 무려 550여회. 한번 이륙하면 최고 4시간까지 하늘을 난다는 그녀는 스트레스 해소에 패러글라이딩만한 레포츠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경활공랜드는 패러글라이딩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교관과 함께 2인1조로 비행하는 2인승체험비행(Tandem Flying)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체험비행은 사전지식과 연습도 필요 없이 이륙장에서 교관의 지시로 10m 정도를 뛰는 게 전부. 하늘로 날아오르면 하네스에 편안하게 앉아 발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하기만 하면 된다. 교관이 사진도 찍어주고 하늘을 빙글빙글 도는 등 몇 차례 아찔한 묘기비행도 선보인다.

패러글라이딩은 착륙도 쉽고 편안하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릴 때처럼 충격도 없다. 하네스가 착륙장인 잔디밭에 닫는 순간 교관과 함께 5m 정도 뛰기만 하면 된다. 체험료는 10분에 12만원으로 외국의 절반 수준. 비가 오거나 바람이 거칠게 불면 체험비행이 불가능하다. 문경활공랜드에서 운영하는 펜션을 이용할 경우엔 4인가족 기준 5만원을 할인해준다(www.flyland.co.kr, 054-571-4675).

문경짚라인

헬멧과 하네스로 무장한 어린이들이 꼬마병정처럼 트럭을 타고 먼지가 풀풀 날리는 불정자연휴양림을 오른다. 해발 487m에 위치한 1코스의 출발 데크. 웃고 떠들던 어린이들이 갑자기 숙연해진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강철 와이어에 매달린 어린이 2명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계곡을 가로질러 건너편 능선으로 사라진다.

국내 최초로 불정산자연휴양림에 선보인 문경 짚라인(Zip Line)이 모험레포츠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짚라인은 능선 데크에 설치한 와이어를 타고 빠르게 숲을 이동하는 레포츠. 플라잉 폭스, 에어리얼 런웨이 등으로도 불리는 짚라인은 남미 열대우림 지역의 원주민들이 뱀이나 독충을 피해 나무 사이에 로프를 걸어 이동한 데서 유래됐다.

군대의 유격훈련장을 떠올리게 하는 짚라인은 해병대 캠프처럼 극한의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극기훈련이 아니다. 그렇다고 번지점프처럼 일부러 공포감을 유발하지도 않는다. 짚라인은 숙련된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가족이나 연인, 또는 동료와 함께 놀이기구를 타듯 숲과 계곡을 날아다니며 다이내믹한 스릴을 맛볼 수 있다.

짚라인 탑승에 필요한 장비는 헬멧, 하네스, 트롤리(도르레) 등 3가지. 해외에서는 허벅지와 허리만 묶는 하네스가 일반적이지만 문경 짚라인은 안전을 위해 허벅지, 엉덩이, 허리, 가슴, 어깨까지 아우르는 입는 하네스를 개발했다. 여기에 보조 안전벨트까지 더해 어떠한 경우에도 추락 등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모두 9개의 코스로 이루어진 짚라인의 전체 길이는 약 1.5㎞. 난이도에 따라 코스의 경사도와 길이가 다르다. 가장 흥미로운 구간은 공중곡예를 체험하는 마지막 9코스. 최고속도 시속 60㎞로 360m를 날아가는 20초 동안 까마득한 계곡과 수림이 발아래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안전벨트에 의지한 채 허공에 눕거나 몸을 뒤틀면 불정산의 수려한 산세와 푸른 하늘이 한눈에 들어와 마치 날아가는 새처럼 짜릿한 비행을 맛보게 된다. 짚라인은 전문 가이드와 함께 10여명이 팀을 이뤄 정상에서부터 코스를 체험하게 된다. 모든 코스를 타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30분. 주말에는 예약이 필수다. 비용은 1인당 5만원. 10인 이상 단체는 10% 할인해준다. 연중무휴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행(www.zipline.co.kr, 1588-5219).

문경=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