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128억 유용' 제일창투 회장 사전영장
입력 2011-06-15 03:05
경찰이 창업투자회사의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검찰의 저축은행 수사에 이어 경찰의 창투사 수사로 금융권에 또다시 대대적인 사정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4일 회삿돈 128억원을 유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제일창투 회장 허모(58)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허씨는 2002년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토건회사가 94억원의 어음을 발행할 수 있도록 제일창투의 투자자 예금을 담보로 제공했다가 2004년 회계감사에서 적발되자 제일창투의 투자조합 돈을 끌어다 어음을 결제한 혐의다. 그는 개인소득세 40억원과 범죄추징금 5억원을 회사자금으로 납부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코스닥 상장사인 제일창투가 연매출 30억원을 달성하지 못해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자 분식회계를 통해 매출을 24억원 이상 부풀리기도 했다.
허씨는 매년 초 회계감사 때 위조한 통장을 제시하고 부하직원의 친구를 투자업체 관계자로 둔갑시켜 회계감사인을 속였다.
경찰 관계자는 “제일창투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한국거래소와 소송 중인데 이번 사건으로 상장폐지가 확실시 된다”며 “결국 소액 투자자들만 손해를 입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다른 창투사들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려 투자를 받은 뒤 알맹이만 빼먹고 버리는 회사들이 타깃”이라며 “부산저축은행처럼 서민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는 비윤리적인 행위를 단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최근 청와대의 공직사회 사정(司正) 강화 방침에 따라 공공기관 비리에 대한 수사도 전방위로 벌이고 있다.
지능범죄수사대는 군에 건빵과 햄버거용 빵을 납품하는 업체 5곳이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를 잡고 이날 각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부터 대규모 입찰이 있을 때마다 가격과 낙찰자를 미리 정하고 서로 돌아가며 낙찰받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건빵과 햄버거용 빵의 연간 군납 액수는 240억원을 넘는다.
경찰은 입찰을 주관하는 방위사업청 공무원이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입찰예정가 등 관련 정보를 미리 알려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 대상을 방사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은 국토해양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고위임원들의 공금 횡령 혐의와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 간부의 수뢰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