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달러 인도시장 선점하라”… 한·중·일 ‘삼국지’

입력 2011-06-14 18:45


사출성형기(플라스틱 제품을 찍어내는 기계) 제조업체인 K사의 인도 진출은 막막했다. 지난해 1월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발효되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 제품들은 한국산보다 20∼30% 싼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했다. 일본 자본이 투입된 인도 현지 일본계 제조업체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일본 제품을 선호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K사는 “한·인도 CEPA를 통해 관세 10%를 면제받을 수 있다” “중국산보다 가격은 비싸도 품질이 좋고 전력소비율이 낮다”며 인도 바이어를 설득한 끝에 중국 및 일본 업체를 제치고 계약을 체결했다.

5000억 달러 인도 교역시장을 겨냥한 한·중·일 기업들의 경쟁이 뜨겁다. 특히 지난 10년간 인도의 대미·유럽 교역 비중은 38%에서 25%로 감소한 반면 아시아는 25.7%에서 33%로 증가하면서 한·중·일 기업들의 시장 선점 경쟁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지난 13일 인도 뉴델리의 최고급 호텔인 타지팔레스에서 코트라 주최로 열린 ‘한·인도 비즈니스 협력 포럼’에는 인도 현지 업체 130여곳을 포함, 총 190여개 업체가 참석했다. 코트라 뉴델리 KBC의 빈준환 차장은 14일 “저녁까지 이어진 21개 한국 기업들의 수출상담회에도 상당수 현지 기업 관계자들이 자리를 뜨지 않았다”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위상이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이 버티는 한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이들 양국이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한 대(對)인도 수출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중·일 간 인도시장의 수출상품 경합도는 한국-일본이 51.9, 한국-중국이 40.8로 10년 전보다 각각 9.0, 10.3포인트 증가했다. 경합도가 100에 가까울수록 유사성이 높은 것으로 상호 국가 간 수출 경쟁이 심하다는 의미다.

특히 철강의 경우 한국(12.3%)과 중국(9.2%), 일본(8.6%)은 인도 철강 수입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어 상호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전기기기 및 부품에서는 중국(43.8%)이 공격적으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고, 일본(4.2%)은 고가 제품군에서 한국(5.7%)을 위협하고 있다.

무역협회 지역연구실 박선민 수석연구원은 “인도 시장의 한·중·일 경쟁구도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가 인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경쟁력 확보와 함께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 공격적인 선투자, 매출처 다변화 등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