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비 쓰고 집값 2억원 뜯어내고… ‘보해저축銀 뇌물수수’ 前금감원 부국장 행태
입력 2011-06-14 21:26
‘현금카드는 생활비로, 신용카드는 유흥·쇼핑비로, 노골적으로 2억원의 집값까지….’
전남 목포시 보해저축은행이 2006년과 2008년 “은행의 부실을 눈감아 달라”며 전 금융감독원 부국장 이모(55)씨에게 잇따라 건넨 현금카드와 신용카드는 ‘만능 해결사’ 역할을 했다. 이씨는 집값 2억원을 포함해 3년여간 무려 3억3660만원을 뇌물로 받았다.
14일 금감원 재직 당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된 이씨의 공소장을 들여다보면 서민금고를 자처해 온 저축은행이 이씨 개인금고나 다름없었다. 이씨가 덕수상고 선배를 통해 보해저축은행 오문철(57·구속 기소) 대표를 만나 현금카드를 선물로 받은 것은 2006년 9월. 이씨는 보해저축은행 직원 친인척 명의로 발행된 현금카드로 2009년 5월까지 16차례 1억2200여만원을 찾아 재벌 못지않게 호화스런 생활을 즐겼다. 한 달에 1000만원씩 3차례 3000만원을 인출하기도 했다. 현금카드에 만족하지 못한 이씨는 2008년 6월 보해저축은행으로부터 직원 어머니 명의의 신용카드 1장을 추가로 받았다. 그는 이 신용카드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면세점, 호프집, 태국마사지 업소 등을 돌며 흥청망청 ‘통 큰 소비’를 이어갔다.
2009년 2월에는 보해저축은행 두 번째 부문검사를 앞두고 있던 오 대표에게 “집을 사야 하는데 2억원이 부족하다. 도와주면 고맙겠다”며 파렴치하게 2억원의 집값을 뜯어냈다.
1급 검사역으로 지난해 1월 퇴직한 뒤 KB자산운용 감사로 재직하다가 검찰 수사를 피해 한동안 잠적했던 이씨는 지난달 25일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수했다.
광주=장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