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또 장기 표류되나… 산은금융지주 입찰 참여 불허
입력 2011-06-14 21:54
정부가 메가뱅크(초대형은행)에 대한 정치권 반발 등에 부닥쳐 산은금융지주에 우리금융지주를 넘기는 방안을 포기했다. 정부는 그러나 산은금융 인수에 맞춰 짜놨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킨 관련법령 개정 의사를 고수하고 있어 우리금융 민영화가 또다시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산은금융이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정무위에 배석한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도 “우리금융 인수에 정부가 반대한다면 이를 따르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오는 29일 마감 예정인 우리금융 입찰에 산은금융을 배제키로 한 것은 김 위원장이 “현 시점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처럼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의원들의 입법권 행사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금융위는 금융지주 인수 한도를 95%에서 50%로 낮추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밀어붙이려 했다. 이에 의원들은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법안을 무더기로 상정하고 특히 민주당 조영택 의원이 대표발의한 금융지주회사법·공적자금관리특별법·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도 15일 정무위 전체회의 안건으로 채택될 예정이었다. 국회의 반대가 완강하자 청와대가 강 회장에게 인수포기를 종용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아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려면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고쳐야 한다며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시행령 개정이 당초 산은금융에 대한 특혜가 아니었음을 강조하려는 명분 지키기라는 해석도 있다. 아울러 KB금융이나 신한금융, 심지어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지연으로 외환은행 인수가 늦어지고 있는 하나금융까지 인수 경쟁에 뛰어들어 달라는 포석을 깔아놓으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금융지주사들은 우리투자증권 등 우리금융의 비은행 자회사 인수에는 관심을 나타내고 있지만, 자산이 300조원을 넘는 우리금융을 통째로 인수하는 것은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조흥은행과 LG카드 인수에 따라 갚아야 하는 부채가 6조5000억원 정도 있어 다른 금융지주 인수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KB금융도 우리증권 인수에는 관심을 보이지만 우리금융 전체를 인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나금융도 현재로선 외환은행 인수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달 최소 지분 30% 인수 및 우리금융 계열사의 일괄매각 방식을 내세웠으나 이 역시 사실상 산은금융 특혜용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따라서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 방식이 완화되지 않는 한 다수가 경쟁하는 유효경쟁이 성립될 가능성이 낮아 매각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산은 인수 불가피설에 수긍했던 우리금융 관계자들도 지난해 10조원을 모집해 추진했던 자사주 매입이나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에 다시 일말의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