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무악극 ‘화선, 김홍도’ 연출·국립극단 손진책 예술감독 “김홍도의 민중에 대한 애정, 춤과 노래로”

입력 2011-06-14 18:59

“전통의 현대화는 오래전부터 연극계의 화두였습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따로 있는 게 아니지요.”

국립극단 손진책(64) 예술감독은 14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의 연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다음 달 8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화선, 김홍도’의 연출을 맡았다. 이 연극은 한국적 노래와 춤, 음악, 연극이 어우러진 가무악극으로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 등 국립극장의 3개 전속단체가 참여하는 대작이다. 김홍도의 그림을 좋아하는 두 남자 ‘동지’와 ‘수재’가 그림 속으로 들어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다.

“배우들에게서 몸짓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도록 상당히 오랜 기간 춤과 노래를 지도했습니다. 창도 가르치고, 민요도 가르치고요. 쉬운 일이 아니구나 생각했죠.”

손 감독은 이 연극이 김홍도의 정신과 작품이 보이는 연극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립극장도 ‘화선, 김홍도’를 ‘국가브랜드 공연’이라는 거창한 문구까지 붙여 홍보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할 만한 극이 될 거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손 감독은 이 연극이 표방한 가무악극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가무악극은 최근 생긴 말이지 예전에는 없었습니다. 우리 극에 ‘뮤지컬’이란 이름을 붙이기 싫어서 (공연하는 사람들이) 그 말을 쓰기도 했고요. 가무악극은 퍼포먼스극이라 할 수도 있고, 춤과 노래와 대사가 하나로 어우러진 극을 말합니다.”

손 감독은 ‘화선, 김홍도’가 춤 음악 무대미술 대사 등에서 완전히 한국의 예술이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뮤지컬이라고 하지 않은 이상 서구적인 걸 할 수는 없었다”며 “전통 공연은 가무와 극이 구별되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극이고 여기부터는 춤이고, 이런 구분이 없었다. 저는 전통 공연을 무대화할 때마다 그 같은 조화로움을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김홍도가 살았던 시절 사대부들이 중국만을 모범으로 삼은 것과는 달리 김홍도는 풍속화를 통해 민중의 삶을 담아냈다”면서 “그의 민중에 대한 애정을 어떻게 영상과 조화롭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게 제 고민”이라고 강조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