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혁신중-② ‘모바일 선점하라’ 카드사 빅뱅] 모바일 결제 시대 맞아 사활 건 경쟁
입력 2011-06-14 18:16
‘출근길에 휴대전화 쇼핑몰에서 A신문을 선택해 결제했다. 어제는 B신문을 샀다. 점심식사 시간엔 무인(無人)식당 메뉴판에 스마트폰을 갖다대면서 음식을 주문하고 계산까지 마쳤다. 퇴근 후엔 길거리 영화 포스터에 휴대전화를 대 무료 영화티켓을 얻었고, 지하철에선 스마트폰으로 TV를 보다가 CF 속 배우가 입은 치마를 클릭 한번으로 곧바로 구입했다.’
지갑 없는 일상은 영화 속 장면이 아니다. ‘모바일카드 시대’가 도래하면 현실에서도 가능한 얘기들이다. 스마트폰 20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둔 국내 카드사들은 이동통신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휴대전화 안에 모든 신용카드를 넣어 플라스틱 카드 없이도 결제가 가능한 ‘모바일카드 시대’를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다.
◇모바일 지갑이 뭐기에=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금융거래는 스마트금융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통신, 정보기술(IT), 전자 등이 결합된 근거리무선통신(NFC)이 시작되면 금융거래 판도는 완전히 바뀐다. NFC는 여러 장의 신용카드가 들어 있는 휴대전화를 계산대 리더기 10∼15㎝ 이내에 갖다대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추세를 반영하듯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3개 통신사와 국내 카드사 9곳은 13일 NFC 기반 ‘모바일 스마트 라이프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동안 사업 주도권 다툼으로 갈등을 빚었던 이들은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의 위협을 방어하기 위해 연내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 NFC 결제기 30만여대를 설치한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NFC 방식의 모바일 결제량이 2010년 3억1600만건에서 2015년 35억7200만건으로 11배 이상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카드사 ‘빅뱅’ 예고=이에 카드사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비밀리에 모바일카드 및 서비스 개발을 완료한 상황이나 콘텐츠 출시 시점 등에 있어서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2007년 업계에서 가장 먼저 모바일카드를 선보인 신한카드는 원격결제 시스템 도입을 위해 별도의 시스템 구축 작업에 착수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커피전문점에서 줄을 서지 않고도 미리 휴대전화 앱을 통해 선주문, 결제 후 해당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 활성화 및 고객 편의성 제고의 촉매제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올 초 지분 38.86%를 확보한 KT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비씨카드는 ‘모바일 컨버전스 사업단’을 신설해 차세대 모바일카드 개발과 통신·카드 결합 서비스 출시를 공식화했다. 차세대 모바일카드는 고속거래, 온라인·오프라인 가맹점 거래 등을 지원한다. 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신용카드 범죄와 관련해 신용카드 정보를 암호화해 전송하는 기술과 발급사 요청에 따라 모바일카드의 신규, 삭제, 재발급을 원스톱으로 지원해주는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최근 모바일 사업팀을 신설한 삼성카드 역시 관련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통신업 관련 전문인력 확보·양성, 신기술 결제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고객들의 니즈(needs)에 맞도록 각종 모바일 결제 편의 서비스를 확충하고 있다”고 전했다.
KB국민카드는 모바일과 금융을 결합한 다양한 사업모델을 개발 중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단순히 플라스틱 카드의 지불결제 기능만이 이동하는 게 아니라 특화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