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게 듣는다-① 이순우 우리은행장] “빚 갚기 어려운 서민에게는 금리인하”
입력 2011-06-14 21:16
이순우(61) 우리은행장은 14일 업무를 인천에서 시작했다. 하루 종일 셀트리온, 귀뚜라미 등 현지 거래처와 현지 은행지점들을 방문했다. 거래처 사람들과 점심식사를 했으며 지점 영업직원들을 찾아가 고충을 들었다. 이 행장은 “지난 3월 24일 취임 후 회현동 집무실에서 종일 일해본 적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 행장의 취임 일성은 고객제일, 현장경영이었다. 아직까지 자신과의 다짐을 어기지 않았다. 직접 가보니 은행의 갈 길이 보인다고 했다. 이 행장은 “현장을 가보니 서민의 어려움이 피부에 와 닿는다”며 “서민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금융기관으로 자리 잡겠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지금처럼 고용창출이 잘 안되고 내수가 어려우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농협 전산망 해킹 상황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올해 보안에 투입되는 예산을 전체 IT 예산의 8∼9% 수준으로 올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취임 이후 고객과 현장 직원들을 만나느라 바쁘시다고 들었습니다.
“거래처는 거의 매일 가고 있습니다. 거래처에 가서 점심을 임직원들과 함께 먹으면서 그들의 고충을 듣고 있습니다. 또 영업직 직원들을 만나 현장의 고충을 듣습니다. 직원들로부터 고객의 애정을 더 잘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많이 들었습니다.”
-임기 중 추진하고자 하는 중장기 전략과 경영혁신 방안은 무엇인지요.
“올해에는 우리은행 지속 성장의 발목을 잡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지속 성장을 위한 영업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할 방침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중소기업, 협력업체에 대한 거래 확대, 국제화·현지화를 통한 글로벌 리딩뱅크로의 도약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해외진출에 대한 의지도 강하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우리의 금융능력이 먹힐 수 있는 곳에 전략적으로 진출할 방침입니다. 올해 중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점, 호주 시드니 지점 신설을 비롯해 인도 첸나이 사무소의 지점 전환, 브라질 상파울루 사무소의 법인 전환 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내외 글로벌 전문 인력의 체계적 양성, 현지 금융기관 인수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부실 PF와 가계부채 문제가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지금처럼 경제상태가 안 좋아 실업자가 생기는 상황이라면 가계부채로 인해 가계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우선 가계대출의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일부이자만 우선 내고 나중에 원리금을 내는 방식이 오히려 가계에 악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다만 어느 한 은행만 원리금 지급 방식을 바꾸면 효과가 없기 때문에 모든 은행이 이 부분을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위험요인 때문에 못 사는 사람들에 대한 대출이자가 더 높습니다. 리스크를 줄이려면 이 부분을 살펴봐야 합니다. 은행이 국민 덕분에 돈을 벌었기 때문에 미소금융을 포함해 서민 금리를 낮춰주는 방식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빚을 갚기 어려운 서민들에게는 분할상환 및 이자 유예 등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농협 및 현대캐피탈 전산망 해킹 사건으로 금융권 전산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우리은행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우리의 경우 기업금융이 주여서 해킹을 당하면 타격이 어느 곳보다 큽니다. 농협 사태 이후 보안 전문가를 충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IT 예산의 5∼6%를 보안 쪽으로 배정하고 있는데 이를 올해 2∼3% 포인트가량 높일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모바일 및 인터넷 뱅킹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상대적으로 보안 부분이 약합니다. 고객이 돈을 맡길 만한 곳이라는 신뢰가 들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최근 우리금융지주를 두고 화제가 되고 있는 메가뱅크와 우리카드 분사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문제들은 솔직히 잘 모릅니다. 지주회장께서 잘 하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우리은행의 실질가치를 높이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부실을 줄이고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하는 게 결국 민영화든 뭐든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순우 행장은
△경북 경주 △성균관대 법학과 졸 △1977년 한국상업은행 입행, 한국상업은행 홍보실 실장, 우리은행 경영지원본부장, 개인고객본부장, 수석부행장, 우리은행 은행장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