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등록금 지원’ 형평성-치적용 논란

입력 2011-06-14 18:00

3번째 이상 자녀에 대학 학자금 전액 조달

소득과 무관하게 지원… 국민 세금 부유층에 집중 우려


서울 서초구가 100억원 규모의 장학재단을 설립, 3자녀 이상 주민에게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초구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지원책이라는 입장이나, 3자녀 이상을 둔 가정은 대개 살림이 넉넉한 경우가 많아 국민의 세금이 소수의 부유층에 집중 지원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14일 “2009년 현재 구 출산율이 0.93명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고, 올해 신생아 수는 하루 평균 10명에 불과하다”면서 “양육부담을 줄여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서초구글로벌장학재단을 설립해 3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 대학 등록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 구청장은 이어 “이르면 내년 2학기부터 서초구민 중 자녀를 셋 이상 둔 가정에 대해 대학등록금 전액을 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구는 내년과 2013년 각각 40억원씩 모두 80억원의 기금을 출연하고, 민간으로부터 20억원의 성금을 모금한다는 계획이다.

6월 현재 서초구민중 3자녀 이상 가구의 대학생 수는 1286명이다. 구는 이 가운데 구에서 태어난 학생 10여명이 장학금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추정했다. 2013년까지 기금 조성이 완료되면 지원 대상자가 4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학기당 1000만원 이내에서 실비 지원하는 방식이어서 의대와 예체능 계열 대학생은 최대 8000만원을 지원받게 된다.

이같이 지원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에서 등록금 지원이 단체장의 치적쌓기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장학재단은 2009년말 현재 145곳으로 1995년 28곳보다 5배 가까이 증가했다. 게다가 기업과 공무원, 민간단체 등을 대상으로 무리하게 기금을 조성하면서 갈등을 유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경기도 양주시는 2007년 장학재단을 설립·운영하면서 어버이날과 장애인의 날 행사 등 각종 행사에서 관내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직접 장학증서를 전달, 선거를 위해 장학재단을 이용한다는 의혹을 샀다. 의정부시는 경찰공무원 자녀 등 무자격자 34명을 장학생으로 선발, 8641만원을 지급해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충남 당진군은 ‘장학기금 100억원 확충’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산업단지 입지보조금을 받은 업체들에 기부를 종용해 물의를 빚었다.

전남 강진군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군청과 공사계약 등을 맺은 업체 324곳으로부터 14억원을 모집,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행안부 관계자는 “민선 지방자치제도 도입 이후 선거를 의식한 상당수 단체장이 치적 쌓기의 일환으로 장학재단을 경쟁적으로 설립했다”며 “정부합동감사에서 이 부분에 대해 심도 있게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