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파 15개 교단 목회자 350여명 “초심에서 교회 갱신의 길 열자”… 한목협 전국수련회

입력 2011-06-14 20:30


침묵이 흘렀다. 곳곳에서 통곡의 기도소리가 흘러나왔다. 믿음의 선배들의 땀과 눈물, 희생 위에 세워진 120여년 한국교회의 전통을 지켜내지 못하고 한없이 추락시켜온 데 대한 뼈저린 반성도 이어졌다.

“오늘 우리에겐 희망이 없습니다.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기보다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게 됐습니다. 주님의 영광을 가로챈 우리의 죄를 용서하소서. 주께서 주인 되심을 말이 아닌 머리와 가슴과 온 몸으로 드러내게 하소서….”

13∼14일 경기도 사랑의교회 안성수양관에서 ‘한국교회, 회복을 기도하며 말한다’는 주제로 열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제13회 전국수련회에 참석한 15개 교단, 350여 목회자들의 마음은 이렇게 하나로 모아졌다. 교단과 신학적 배경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은준관 실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첫날 기조강연에서 파산한 미국 수정교회를 예로 들어 “미래 교회건축, 탈예전적 예배, 탈교단주의 상징이었던 이 교회의 몰락에서 ‘존재이유를 상실한 기독교 왕국’의 말로를 보는 듯해 슬프다”고 운을 뗐다. 은 총장은 교회성장주의, 성직자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하나님 앞에서 모든 것을 분토처럼 여기고 종말론적 공동체를 구현하며 하나님 나라 신앙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린 정책포럼에서 경상대 백종국(정치외교학과) 교수, 구포제일교회 이성구 목사 등은 “교회와 목회자가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 한국교회 일각의 갱신의 몸부림을 비웃는 교회 지도자들이 있는 듯하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타종교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는 건 목회자들의 이 같은 ‘지행(知行)불일치’와 세속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며 초심을 회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또 “젊은이들에게 교회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줘야 한다” “교회가 세속 정치와 철저하게 거리를 둬야 한다” “목회자의 윤리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등 구체적 조언들을 쏟아냈다.

통렬한 자기반성과 회개는 13일 저녁 지구촌교회 이동원 원로목사의 설교와 한국교회 회복을 위한 기도회에서 절정에 다다랐다. 이 목사는 ‘은총(은혜)의식’ ‘경계선 의식’ ‘종의 의식’ 등 다윗 왕의 3대 의식을 들어 목회자가 걸어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그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격을 잃어버리게 하는 건 우리 자신의 공로의식이다. 가슴을 뛰게 하는 비전도 추한 야심과 야망으로 전락할 수 있다. 주의 종이라면서 주인의 자리에 앉으려는 무례를 범할 수 있다”고 자신을 포함한 모든 목회자가 주님을 향한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유지하자고 제안했다.

14일 오전에는 미국 덴버신학교 정성욱 교수가 말씀과 성령의 균형잡힌 신학 추구, 종말론에 대한 관심 확대 등 세계 신학계의 흐름을 전하고 한국교회의 미래 방향을 역설했다. 정 교수는 “서구 신학과 한국 신학의 장점들을 창조적으로 통합하고 세계 교회와 동등한 협력자라는 자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지금은 주일성수, 수요예배, 새벽기도, 철야기도 등 소중한 전통을 재강조하고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는 등 교회와 목회의 본질 회복에 최선을 다할 때”라고 했다.

한편 한목협은 13일 오후 정기총회를 통해 명예회장 손인웅(덕수교회) 목사, 대표회장 전병금(강남교회) 목사, 상임총무 이성구(구포제일교회) 목사 등 차기 임원진을 구성했다.

안성=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