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사이버 전쟁’… 각국 전담 부대 창설 다양한 무기·전술 개발
입력 2011-06-14 17:30
“제2의 진주만 공습은 사이버 공격이다.”
리언 파네타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는 지난 9일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사이버 공격은 우리의 전력, 안보, 금융, 정부 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다”며 경고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사이버 공격을 전쟁으로 간주하고 공격을 받으면 미사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연방수사국(FBI)도 앞으로 사이버 공격 위협 대처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사이버 공격을 얼마만큼 심각하게 여기는지 가늠할 수 있다.
소니, 록히드마틴 등 대기업과 국제통화기금(IMF) 전산망까지 해킹되면서 사이버 안보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전 세계는 지난해 ‘스턱스넷(Stuxnet)’이 이란 핵시설을 무력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사이버 공격의 위력을 실감했다. 스턱스넷은 이란 나탄즈 핵시설에 침투해 원심분리기 20% 이상의 가동을 중단시키며 핵개발에 열을 올리던 이란에 찬물을 끼얹었다.
컴퓨터 바이러스가 국가 기간시설에 침투해 엄청난 피해를 입힌 최초의 사건이었다. 미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이 사건이 사이버 공격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전환한 중요한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엄청난 피해와 공격 주체가 좀처럼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이버 공격은 매력적인 공격 무기이다. 하지만 방어가 불가능한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사이버 전쟁은 국가 단위인 기존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다. 뛰어난 해커 1명만 있으면 어떤 나라나 단체와도 전쟁을 치를 수 있다.
각국의 준비도 치열하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했고, 국방부 차원에서 사이버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도 ‘블루아미’로 불리는 사이버부대를 창설한 바 있다. 유발 디스킨 전 이스라엘 대내 정보국장은 “최대 규모의 해커를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는 국내외 정적에 대해 다양한 사이버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대외첩보부 MI6은 알카에다 홈페이지를 해킹해 폭탄 제조법을 삭제하고 ‘컵케이크 제조법’을 올리기도 했다.
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