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욋일이요? 글을 쓰면 목회가 달라집니다”… ‘영혼의 글쓰기’ 출간한 소강석 목사
입력 2011-06-14 17:52
목회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글을 써야 한다고 요구하면 어떨까. 목회 일로 안 그래도 바쁜데, 굳이 글쓰기에까지 신경을 써야 하느냐는 반박을 듣기 쉬울 것이다. 실제로 대다수 목회자는 글쓰기를 싫어하고 어려워하며 멀리 한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가 색다른 주장을 하고 나섰다. 목회자에게 있어서 글쓰기는 목회의 가욋일이 아닌 목회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최근 ‘영혼의 글쓰기’(쿰란출판사·사진)라는 책까지 출간하면서까지 목회자의 글쓰기를 강조하는 그의 생각이 자못 궁금했다.
“목회를 하면서 깨우친 글쓰기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글쓰기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가난한 개척교회 시절부터 꾸준히 글을 써오면서 터득한 글쓰기 노하우와 방법을 한국교회 목회자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소 목사가 차분히 집필에 몰두하는 모습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강단에서 열정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그의 모습에 익숙한 이들로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는 목회 틈틈이, 아니 촌음을 아끼면서 글쓰기에 매달리는 한국교회의 대표적 ‘글쟁이’ 목회자다. 그가 목회를 하면서 펴낸 책만 해도 ‘신정주의 교회를 회복하라’ ‘생명나무’ ‘성소권’ 등 10권이 넘는다. 거기다 ‘꽃씨’ 등 5권의 시집을 내기도 했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베드로형, 즉 선포형 목회자가 주류였습니다. 대부분 웅변적 설교로 교회 부흥을 이끌었죠. 하지만 현대사회는 바울형, 다시 말해 문사형 목회자를 원합니다. 웅변적 수사와 함께 지성과 감성, 영성이 조화된 글을 쓸 수 있어야 목회자로서 두각을 드러내게 될 겁니다.”
소 목사가 이번에 출간한 ‘영혼의 글쓰기’는 마치 작문 교본을 연상시킨다. 글쓰기의 중요성과 글을 잘 쓰는 방법 등 원론에서부터 논설문, 에세이, 시, 설교문 등 장르별 글쓰기의 세세한 부분까지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문학이나 문예창작을 공부하지 않은 그의 이력을 볼 때 다소 이채롭다.
“‘영혼의 글쓰기’는 학문적인 이론을 담은 책이 아닙니다. 누구나 글쓰기를 쉽게 이해하고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나름대로 정리했습니다. 다양한 예문을 실은 것도 하나의 방편입니다. 한마디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전용 책이라고 할 수 있죠.”
책 제목 중 ‘글쓰기’는 이해할 수 있지만 ‘영혼의’에 대해서는 퍼뜩 뜻이 와 닿지 않는다. 물론 책을 읽어보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굳이 추상적인 제목을 붙인 저자의 의도가 있었다.
“목회자의 글쓰기를 돕기 위한 구상으로 책을 만들었습니다. 목회자는 사람의 영혼을 어루만지고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는 사람 아닙니까. 그래서 지성을 넘어 감성으로, 감성을 넘어서 영혼의 글쓰기를 해야 한다는 나름의 소신이 작용했습니다.”
책에는 소 목사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관계가 어느 정도 기술돼 있다. 이 전 장관은 장문의 추천사 가운데서 “이 책은 기독교계의 하나의 문화적 충격과 파문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이에 대해 소 목사는 “과분한 극찬”이라며 “동료 목회자들을 위한 작은 노력을 예쁘게 봐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소 목사는 한국교회에서 보기 드문 목회자 저술가다. 맨손으로 교회를 개척해 3만여 성도로 키운 입지전적 목회 이력에다 탄탄한 신학 배경에 파워풀하면서도 통전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명설교가, 부흥사, 세미나 인도자 등으로 유명한 그에게 도대체 글쓰기는 무엇일까.
“글을 쓴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복원하는 일이요, 가치의 획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쓰는 순간 인생의 의미를 발생시킵니다. 그래서 누구든지 글을 쓰면 인생이 달라집니다. 당연히 목회자가 글을 쓰면 목회가 달라집니다.”
정수익 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