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컵 요트대회 출전 김동영 세일코리아 대표 “꿈의 무대… 오랜 숙원 현실로”
입력 2011-06-14 17:30
아메리카컵 요트대회는 국제 스포츠 대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1851년 1회 대회에서 미국이 우승한 이후 132년간 미국이 우승을 독차지하면서 아예 아메리카컵으로 명칭이 굳어졌다. 3∼4년 간격으로 열리는 이 대회는 단순한 요트대회가 아니라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대회이며 선진국의 첨단 과학기술 경연장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다음 대회인 제34회 아메리카컵 참가 13개팀 가운데 9번째 참가팀으로 확정된 것은 결코 우연히 아니다. 선진국 문턱까지 진입한 경제력과 조선강국의 이미지가 뒷받침했을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요트계의 중심에서 요트라는 한 우물만 판 한 요트인의 피나는 노력이 없었다면 한국의 사상 첫 아메리카컵 출전은 다음으로 미뤄졌을 것이다.
김동영(40·세일코리아 대표)씨의 직업은 요트대회 프로모터다. 국제 요트대회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면에서 국제적으로 꽤나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다. 지난 12일 경기도 화성 전곡항에서 끝난 제4회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를 4년째 주관했다. 이 대회는 국제요트연맹(ISAF)이 공인한 3대 대회 중 하나인 월드매치레이싱투어(WMRT)의 한국 대회다.
한국의 아메리카컵 출전은 이 같은 세계적인 권위의 매치컵이 국내에서 4년째 열리면서 가능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이 있다고 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요트 강국인 뉴질랜드 등지에서 친분을 쌓은 세계요트 관계자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불가능했습니다.”
아메리카컵 출전은 우리의 요청이라기보다 한국의 능력을 지켜본 ISAF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지난 4월 한국이 아메리카컵 참가국으로 확정되자 미국 CNN 방송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전 세계가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메리카컵에 출전하게 될 한국팀 명칭은 ‘팀코리아’다. 요트산업의 성공 가능성을 엿본 김 대표가 지난해 한국에 설립한 ‘세일코리아’가 팀 구성을 맡게 된다. 아메리카컵은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선에 앞서 올해 3차례(포르투갈·영국·미국), 내년 8차례 예선경기를 갖는다. 한국 경기는 내년 부산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예선대회에 출전하려면 최소한 선수 5명, 지원팀 15명 등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경험이 거의 없어 처음에는 외국선수와 지원인력을 스카우트할 계획입니다. 2007년 우승팀 스위스도 뉴질랜드 선수 6명을 포함해 12개국의 다국적 선수들을 영입해 우승했어요.”
그러나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대회 경비가 ‘팀코리아’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각국은 대부호나 대기업으로부터 스폰서를 받고 있다. 미국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이 아예 팀을 운영하고 있다.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이 미국의 자존심을 지킨다며 돈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 열린 33회 대회에서 오라클은 건조비용 1억5000만 달러(약 1700억원)가 투입된 신형 요트를 들고 나와 우승컵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갔다.
팀코리아는 지난 10일 월드시리즈 출전에 필요한 45피트급 요트를 가까스로 구매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본선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지원단 100여명과 선수 20여명 등이 필요하다. 또 본선에는 72피트급 요트가 있어야 한다. 대회 사상 처음 카타마란(쌍동선)으로 치르게 돼 있어 새로운 제작 기술이 필요하다. 다행히 샌프란시스코 조직위원회에서 새로운 요트의 디자인패키지를 팔고 있어 부담이 적은 편이다. 디자인패키지를 구입해 제작하면 설계, 디자인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본선용 요트 제작비 100억원과 선수단 지원, 선수선발·훈련 등에 400억∼5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격을 단번에 높여주고 스폰서 기업들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요트만한 게 없습니다.”
아메리카컵 참가에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관심을 표명하고 있지만 아직은 성사된 것이 없다. 김 대표는 “아메리카컵의 경제적 효과와 요트 비즈니스에 대한 기업들의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2003년과 2007년 대회 우승팀 스위스는 바다가 없어 개최권을 5000억원을 받고 스페인 발렌시아에 팝니다. 2010년 발렌시아는 대회를 개최하면서 5700만명이 이 도시를 다녀갔고 1조7000억원의 경제효과를 봤다고 합니다.”
대회가 시작되면 스폰서 기업들이 마련한 200억∼300억원짜리 슈퍼요트 60여척이 찾아온다. 기업들은 관계사 임직원과 고객들을 초청해 기업설명회 등의 요트 비즈니스를 하게 된다. 내년에 부산에도 20여척의 슈퍼요트가 찾아온다고 한다.
한국이 스폰서 기업을 유치하지 못한다면? 김 대표는 “생각하기도 싫은 가정이지만 대회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2010 대회에서 독일이 배까지 만들어놓고 운영자금 부족으로 기권한 예도 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