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유럽서 첫 ‘통신망 중립성’ 허용할듯
입력 2011-06-13 19:00
네덜란드가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망(網) 중립성’을 법적으로 보장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의회는 14일 통신망 중립성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통신법 개정안에 대한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라디오 네덜란드 월드와이드(RNW) 등 네덜란드 언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의원 대다수가 ‘망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데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법안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은 자유로운 인터넷 접속을 허용하지만 사용자가 원할 경우 음란물이나 각종 범죄 관련 콘텐츠를 차단할 수 있다. 사업자는 망 품질관리를 위해 통신망 과부하의 원인인 헤비 유저(heavy user)의 데이터 사용량을 제한하는 조치도 취할 수 있다.
막심 페르하겐 경제·혁신·농업장관은 “사용자는 인터넷상의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데이터 종류에 상관없이 데이터 사용량이나 접속 속도에 따라 요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이 통과되면 사용자들은 스카이프 등 인터넷전화(VOIP), 무료 문자메시지 서비스,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 등을 추가 요금을 내지 않고도 원하는 대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사업자들은 망 과부하, 수익 악화 등의 악재를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앞서 칠레에서는 지난해 의회가 비슷한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세계 최초로 망 중립성을 법으로 뒷받침한 나라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 망 중립성 문제는 첨예한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카카오톡이 통신망 과부하를 일으킨다는 이동통신사들의 주장으로 망 중립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한편 유럽연합(EU) 디지털 담당 집행위원 넬리 크뢰스는 “인터넷에 자유롭게 접속하도록 할 규제를 새롭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페르하겐 장관은 “네덜란드의 결정은 다른 나라들에 분명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ey Word : ‘망 중립성’
Network neutrality,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가 모든 종류의 데이터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고 차별 없이 제공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사업자는 자사의 콘텐츠나 서비스를 임의로 빠르게 접속할 수 있게 하거나 경쟁사의 콘텐츠 접속을 느리게 하는 등의 차별을 할 수 없다. 차별적 접속에 따른 추가 요금도 요구할 수 없다. 사용자는 원하는 웹사이트에 자유롭게 접속해 필요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