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독재국에 ‘스텔스 인터넷’ 추진
입력 2011-06-13 20:57
스텔스 전투기만 있는 게 아니다. 정부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스텔스 인터넷’도 있다.
미국 정부가 이란 시리아 리비아 등 독재국가의 반정부 세력을 위한 인터넷 기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에도 이 기술이 흘러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텔스 인터넷 어떻게=스텔스 인터넷은 국가 기간통신망을 직접 이용하는 대신 별도로 무선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특수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기존의 망(網) 없이도 개인용 컴퓨터나 휴대전화끼리 정보교환이 가능하다. 여기에 필요한 소형 무선안테나와 휴대전화, USB메모리카드 등은 여행용 가방 1개에 담을 수 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여행가방 속 인터넷(Internet in Suitcase)’으로도 부른다.
독립적 전화망 구축도 프로젝트에 포함된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정부 전화망과 별도로 무선 전화망을 개설해 쓰고 있다. 탈레반의 통신시설 공격에 대비한 것이다. 이른바 ‘섀도(그림자) 휴대전화 시스템’으로 5000만 달러(약 540억원)를 들였다. 리비아처럼 내전 상황인 곳에선 독립 전화망이 반정부 세력에 도움이 된다.
◇왜 필요한가=미국은 독재 정부와 맞설 기술적 도구가 반정부 세력에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집트 등 아랍 국가의 혁명에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결정적 역할을 한 사실을 주목한 것이다. 성(姓)이 김씨인 한 탈북자의 전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중국 선양에서 만난 미 외교 관계자에게 “휴대전화를 땅에 묻었다가 쓴다”며 국경 밖으로 소식을 얼마나 힘들게 전하는지를 설명했다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 정부의 전 세계 민주주의 배양 노력이 이제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 방송 전파에서 떠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미국은 올해 말까지 7000만 달러(약 760억원)를 스텔스 인터넷 프로젝트에 쓸 계획이다.
◇한계는 있다=특수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독재국가에 어떻게 반입할지가 문제다. 특히 북한과 같은 폐쇄 국가에는 이런 장비의 반입 가능성이 희박하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등 친미 독재국가의 반정부 세력에게도 관련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은 낮다. 미국과 대치하는 국가에만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
스텔스 인터넷 망이 독재국가 정부에 의해 장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측은 “잠재적 영향력의 가치가 그런 위험에 비해 훨씬 더 크다”고 반박하고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