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혁신중] ① 은행, ‘CEO 리스크’를 줄여라

입력 2011-06-13 21:33


정치권 입김 차단·풀뿌리 영업력 극대화 총력전

지난해 지배구조 문제로 홍역을 치렀던 국내 금융지주와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조직 추스르기에 돌입했다.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방지 대책과 함께 조직 효율 극대화를 위한 다각도의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핵심은 리스크 관리 강화와 풀뿌리 영업 능력 강화로 요약된다.

◇‘CEO 리스크’ 잠재워라=지주 본연의 능력과 상관없이 CEO 개인의 문제로 조직이 치명상을 입는다는 점에서 ‘CEO 리스크’는 가장 위험한 악재로 꼽힌다. 특히 국내 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해 그동안 CEO 리스크에 가장 많이 노출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해외 선진 금융기업의 사례를 본뜬 ‘기업 지배구조 모범 규준’이 만들어지는 등 금융지주들이 스스로 이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앞서 있는 곳은 하나금융지주다. 하나금융은 지난 2월 대표이사를 비롯한 이사들의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하는 내용의 ‘기업 지배구조 규준’을 제정했다. 책임 경영을 위해 이사들이 1000∼2만주의 주식을 취득토록 했으며 예외조항을 없애 내·외부의 입김을 차단토록 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외부 인사와 전문 컨설턴트가 참여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경영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다. 신한금융은 한동우 지주 회장 취임 100일에 맞춰 이달 말쯤 결과물을 공개할 예정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세계 어느 그룹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선진적인 후계 승계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신뢰회복, 성장동력 확보, 미래투자, 조직 활력 극대화를 주요 추진 전략으로 설정하고 우수 인재 확보와 글로벌화 전략 등을 구축하고 있다.

◇풀뿌리 조직력 강화 주력=KB금융은 어윤대 회장 취임 이후 ‘군살 빼기’를 비롯한 다각적인 혁신을 추진 중이다. KB투자증권과 KB선물을 통합하고, 은행의 신용카드 부문을 KB카드로 분사시키며 국민은행에 치우쳐 있던 KB금융의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강도 높게 추진 중이다.

민영화를 눈앞에 둔 우리금융도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역량 강화에 나섰다.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를 위해 경영기획본부, 시너지추진본부, 리스크관리본부가 새로 설치됐다.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미래전략본부를 신설하고 경영연구실도 경영연구소로 확대, 상황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토록 했다.

지난해 업계 2위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던 기업은행은 숙원사업이던 지주사 전환도 미루고 조직 능력 극대화를 추진 중이다. 월 1회 실시하던 영업현장회의(타운미팅)를 무제한 실시하고 전 직원을 상대로 신상품 아이디어 공모를 진행 중이다. 또 기존 상품 통폐합, 강제적인 캠페인 최소화를 통해 시간과 인력을 ‘선택과 집중’할 예정이다.

최근 하나금융과의 합병 문제가 불거진 외환은행은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며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외국환·무역금융 우위를 수성하고 해외 네트워크를 보강해 강점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 주재로 ‘SMM(시니어 매니지먼트 미팅)’을 개최, 영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일선 영업점에 주문하기도 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인수·합병 여부와 관계없이 외환은행의 강점을 살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