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배추값 뒤엔 ‘천수답 농정’이… 날씨 따라 급등락

입력 2011-06-13 18:49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aT)는 올 초 중국 푸젠성의 배추 산지 농가들과 계약을 맺고 300t의 해외 계약재배 물량을 3월 하순부터 들여오기로 했었다. 가격은 t당 420달러로 12만6000달러(약 1억3686억원)에 달한다. 겨울배추 주산지인 전남 해남의 냉해로 겨울배추 가격이 크게 올라 봄배추가 나오는 4월 중순 전까지 가격 급등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런데 3월 말부터 배추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해 13일 현재 aT가 조사한 배추 소매가는 상품(上品) 기준으로 포기당 1211원까지 급락했다. 지난해 9월 하순 1만1228원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89.2%나 떨어졌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의 도매가는 691원까지 폭락했다. 지난해 배추파동을 겪으면서 재배 면적이 늘어난 데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날씨가 좋아 배추 작황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중국의 고온 현상으로 푸젠성에서 재배한 배추가 좋지 않아 위약금 없이 인수하지 않아도 됐다. 정부는 지난 2월 초부터 3월 상순까지 해외에서 시범계약 재배 물량을 포함해 모두 1200t의 배추를 수입했다. 지난해 수입량(160t)의 8배가량 규모다. 푸젠성에서 재배된 배추까지 들어왔더라면 국내 배추가격 급락세는 더 커졌을 것이다.

농업정책이 하늘만 바라보는 천수답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상기온에 관계없이 배추 수급을 안정시키려면 파종 단계에서 사전계약 물량(농협이 생산비 등 최저가격을 보장해주고 사전 계약했다가 가격 급등락시 조절하는 물량)을 늘리고 저온저장고 등을 확대해야 하지만 예산 문제가 걸려 있어 녹록지 않다. 특히 봄배추는 가격 변동이 심해 농협의 사전계약 물량도 1만9000t으로 전체 생산량의 3%에 불과해 가격 조절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배추와 김치 수출을 늘리고 해외 판촉 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수출 증가분에 대해 ㎏당 40원씩 인센티브를 주면서 배추 수출량은 5월부터 지난 9일까지 1759t, 같은 기간 김치 수출량은 2967t으로 크게 늘었다.

정부는 이날 배추가격 안정을 위해 봄배추 1000t을 aT를 통해 사들여 비축하고 민간 업체들도 별도로 2000t을 추가 수매하도록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고랭지 배추 가격이 기상 악화로 급등했던 것에 대비해 농협 사전계약 물량을 지난해 3만7000t에서 올해는 전체 생산량의 20%인 5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배추가격 급등락을 막기 위해 가격 인상·인하율을 제한하는 ‘가격안정 명령제’와 배추 도매시장 정가수의매매제도(가격을 미리 정한 뒤 생산자와 상인이 매매 거래를 하는 제도) 확대도 추진 중이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