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정권 부패 조사] “부패 심한 곳”… DJ정부 ‘경찰’·盧정부 ‘교육’·MB정부 ‘법조’
입력 2011-06-13 21:48
‘한국 공공부문 부패실태 추이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행정연구원은 공직과 민간부문인 경제, 사회, 교육·문화 분야에 대한 부패 심각성 정도를 조사했다. 이 중 가장 부정부패가 만연한 직군으로 65.4점을 기록한 공직자 집단을 꼽았다. 경제(55점) 사회(53.5점) 교육·문화(51.2점) 분야를 월등히 앞선다. 특히 현 정권에서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보다도 판사와 검사를 통칭하는 법조인과 장차관, 부처 국과장 등 고위 공직자의 부정부패 정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 초 터진 함바집 비리에 이어 최근 저축은행 사태에서 공직자 연루설이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점도 설문 결과에 힘을 더해준다.
◇현 정권, ‘법조’가 가장 문제=이명박 정부에서는 공직 분야 가운데 세무, 소방, 환경, 사회복지 등 분야의 부패 심각성 정도는 상당히 감소한 반면 경찰, 법조, 교육, 병무 분야는 오히려 높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행정 분야 중 법조의 부정부패가 심각하다고 답한 이들은 74.1%로, 심각하지 않다는 답변보다 3배가량 많았다. ‘심각하다’는 답변은 2001년 73.7%까지 차지했었으나 이후 노무현 정권에서는 줄곧 60%대를 유지했었다. 보고서는 법조 분야 부정부패는 전관예우에서 비롯된 변호사와 판검사 간의 비리에서 시작한다고 설명하면서도 “검찰은 기소권뿐 아니라 수사권, 수사지휘권, 형행권까지 갖고 있어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조 분야 부정부패 증가는 과거부터 비리의 온상이라 불리던 세무공무원이나 군인 등에 대한 부패 인식 정도가 나아지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면 쉽게 납득이 가질 않지만 2009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스폰서 의혹, 2010년 건설업계 스폰서 검사 사건 등이 이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정부기관에 대한 신뢰도 평가에서 대법원과 검찰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6.2%로 2009년의 68.4%보다 크게 높아진 것도 이 같은 비리 사건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 정권은 어땠나=김대중 정부 시절엔 경찰 분야(2000년 82%), 노무현 정부 땐 교육 분야(2004년 58.2%)에서 부정부패가 가장 심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유흥가 업주 등에 단속 정보 등을 알려주거나 불법 사실을 묵인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는 경우, 교육 분야에서는 교복 등 교육물품 업체나 학부모들에게 받는 촌지 등의 사례가 많았다. 또한 행정 기관별로 보면 김대중 정부에서는 중앙행정기관 본청이 71.5%, 노무현 정부는 세무서 등 최일선 지방행정기관이 67.6%로 부패가 심했다고 지적됐다.
보고서는 정권별 부패 발생 요인에 대한 분석에서 공직내부의 자체 통제 기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대중 정부는 부패 척결을 위한 인프라를 정비한 시기여서 각종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공공기관 청렴 지수 측정 모형 등을 개발한 데 이어 노무현 정부는 부패방지 종합계획을 수립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부패방지법과 국가청렴위원회를 폐지했다. 보고서는 “공직자의 부정부패는 국민의 대정부 신뢰를 저하시키고 도덕적 무감각을 초래하는 악영향을 미친다”며 “공직부패는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각 부처는 매년 12월 말 대통령 업무 보고 시에 의무적으로 다음연도에 실시할 예정인 청렴도 계획을 수립해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