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파내 옮겼나, 미군 불리한 정보 숨긴 탓인가… 캠프 캐럴 ‘고엽제 드럼통’ 발견 실패 왜

입력 2011-06-13 22:10

캠프 캐럴 주한미군 기지 고엽제 매몰 의혹의 첫 조사 지점인 헬기장에서 13일 고엽제 매몰 흔적을 발견하는 데 실패하면서 향후 조사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후속 조사에서도 고엽제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 반미 감정 확산 등 후유증이 우려된다.

비록 헬기장에선 고엽제 드럼통을 찾는 데 실패했지만 D구역과 41구역, HH구역 등 기지 내 여러 곳에 화학물질을 묻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공동조사단은 나머지 지역에 대한 지질 조사를 계속할 계획이다. 양측은 드럼통 흔적이 나오지 않아도 토양 시추조사와 지하수 오염 분석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지역 주민이 바라는 전면적인 발굴조사는 현재로선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공동조사단은 늦어도 다음달 말까지 종합 조사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하지만 예년보다 빨리 장마전선이 상륙하면서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 장대비가 내리면 토양에 물기가 많아지고 지하수 유량에도 영향을 미쳐 지하 탐사가 어려워진다.

최종적으로 고엽제 드럼통이 발견되지 않고, 토양·지하수 검사 결과 고엽제 성분인 2,3,7,8-TCDD 다이옥신이 검출되지 않을 경우 미궁에 빠지게 된다. 오염물질의 검출 없이는 어떤 배상이나 원상회복도 논의 자체가 막히게 된다. 전직 미군의 직접적 증언과 미군이 작성한 여러 보고서에서 주한 미군으로 인한 기지의 오염이 이미 공개된 터라 조사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자칫 여론만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고엽제 드럼통을 찾지 못한 원인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점토질이나 물기가 많은 토양에선 지표투과레이더(GPR)와 전기비저항 탐사 장비의 효율이 떨어진다. 미군이 고엽제 드럼통을 파내 다른 곳으로 옮겼을 가능성도 있다. 미8군 사령관은 헬기장 인근인 D구역에 묻은 화학물질을 발굴해 반출했다고 시인했다.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미군이 불리한 결과를 감추려 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편 인하대병원 임종한 교수, 한림대 의대 주영수 교수,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 등은 이날 서울 정동 환경재단에서 설명회를 열고 전문가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금의 조사방식과 조사순서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주한미군은 고엽제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지 내 오염된 지점, 깊이, 과거 오염물질 저장소에 연결된 하수관로 등 노출경로 확인을 위한 토양오염 조사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지금 상태에서 기지 내 수질검사나 기지 주변 토양조사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선정수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