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일파만파] “노 前대통령에 이어 또…” 중수부 비난 빌미 우려

입력 2011-06-13 21:56

검찰은 임상규 전 농림부 장관의 갑작스러운 자살 소식에 곤혹스러워했다. “소환 통보도 하지 않았다”(서울동부지검) “참고인으로 조사했을 뿐이다”(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등 임 전 장관의 극단적 선택의 파장이 검찰에 대한 비난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애썼다.

대검 중수부는 13일 오전 간부회의 도중 임 전 장관 자살 소식을 접하고 비상이 걸렸다. 김홍일 중수부장이 직접 임 전 장관에 대한 중수부와 서울동부지검 조사 상황을 보고받고, 임 전 장관 자살 사건을 지휘 중인 순천지청으로부터 유서를 입수해 내용을 확인했다. 유서에는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 또는 압박감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중수부는 곧바로 부산저축은행 특혜 인출과 관련해 지난 3일 저녁 임 전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2시간 동안 조사한 사실을 공개했다. 우병우 수사기획관은 “본인 명의로 가지고 있던 부산저축은행 정기예금 5000만원을 영업정지 전인 1월 28일 인출한 경위 등을 조사했다”며 “임 전 장관은 ‘자신 있다. 소명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고 우리도 특별히 문제될 부분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우 기획관은 “임 전 장관의 설명을 듣고 관련 자료를 제출받은 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는 “세상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라며 당황해하면서도 “진정이 접수돼 내사를 진행했지만 임 전 장관에게 소환 통보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1년 이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중수부로서는 임 전 장관의 자살이라는 돌발변수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자칫 현재의 수사 관행이 자살을 양산하고 있다는 식의 논란이 일면 남은 수사에도 악영향을 주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검찰 개혁 문제가 다시 부각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논란이 될 만한 것은 없었다”며 “구체적인 원인 등은 경찰이 밝힐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 전 장관을 포함,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인사들의 자살 소식이 이어지면서 검찰의 피의자 또는 참고인 관리 체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다시 나왔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외에도 2003년 이후에만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안상영 전 부산시장,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박태영 전 전남지사, 이수일 전 국정원 차장 등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올 들어서는 공직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수사받던 경산시청 공무원 김모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