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일파만파] 임상규 前농림 극단적 선택… “잘못된 만남·단순한 주선 결과가 참혹하다”
입력 2011-06-14 00:48
13일 숨진 채 발견된 임상규 전 농림부 장관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까지 자신을 둘러싼 부산저축은행 예금 사전인출 의혹과 건설현장 식당(함바집) 비리 연루 의혹에 힘겨워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장관은 부산저축은행에 예치한 예금을 영업정지 전에 인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받았다. 그는 인출한 돈은 저축은행 영업정지와 무관하게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과 광주일고 동문에 사돈관계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본인 해명의 진정성과는 상관없이 계속 의심을 받았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지만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에 어떤 식으로든 연루됐을지도 모른다는 세간의 의혹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여환섭)의 함바집 비리 수사 대상으로 지목되자 그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과 부담을 떨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장관은 최근 함바집 브로커 유상봉씨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병보석을 허가받은 유씨가 임 전 장관에게 20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올 초에는 건설업자인 임 전 장관 동생 명의의 계좌로 2005년과 2007년 두 차례 1억5000만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런 그의 심경은 유서에 담겨 있다. 임 전 장관은 A4 용지 한 장에 ‘악마의 덫에 걸려 빠져나가기가 힘들 것 같다. 그동안 너무 쫓기고 시달려 힘들고 지쳤다’고 썼다. 또 ‘모두 내가 소중하게 여겨온 만남에서 비롯됐다. 잘못된 만남과 단순한 만남 주선의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 금전 거래는 없었다’고도 했다. 임 전 장관은 10여년 전 알게 된 유씨에게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 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을 비롯해 경찰 간부, 자치단체장 등을 소개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검찰의 핵심 수사 대상이었다.
유서에는 주위 사람에 대한 미안함도 담겨 있었다. 그는 ‘나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고통이 심하다. 얄팍한 나의 자존심과 명예를 조금이나마 지키고 대학의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먼저 떠난다’고 유서에 적었다.
임 전 장관의 극단적 선택으로 검찰의 함바집 비리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수사는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처벌 대상자가 세상을 떠난 상황에서 (임 전 장관에 대한) 내사는 의미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노석조 최승욱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