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사일 선적 추정, 4차례 검색 요구 압박… NYT ‘미얀마행 북한 선박 회항’ 긴박했던 막후 공개

입력 2011-06-13 22:01


지난달 말 동남아 공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으로 회항한 의문의 선박 실체와 당시 상황이 공개됐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2일(현지시간) 인터넷에 올린 ‘미국, 북한 미사일 화물 되돌려 보낸 것으로 알려져’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숨 가쁘게 전개됐던 당시 외교전 뒷얘기를 소개했다.

미 관료의 발언을 토대로 한 이 기사에 따르면 2주 전쯤 미국은 미얀마 쪽으로 향하던 ‘라이트(M/V Light)’라는 이름의 북한 화물선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미사일 부품을 선적한 것으로 의심한 미국은 ‘매캠벨(McCampbell)’로 불리는 미 해군 소속 구축함을 급파했다.

확인 결과 해당 선박은 중미 국가인 벨리즈 소속이었다. 미국은 벨리즈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회원국인 점에 착안해 대량살상무기 의심물자를 선적한 라이트호에 대해 검색·조사를 요청했다. 벨리즈는 허용했다. 이에 지난달 26일 상하이 남쪽 부근 해상에서 매캠벨호는 라이트호에 네 차례 검색을 위한 승선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거절했다. 미국은 2009년 ‘강남호’ 회항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강제 승선을 시도하지 않았다.

대신 다음날인 27일 게리 세이모어 미 백악관 대량살상무기(WMD) 조정관은 백악관의 한 빌딩에서 남아시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 Asian Nations) 관료 회의에 참석한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을 상대로 북한과 라이트호에 대한 압박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세이모어 조정관은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의 내용을 상기시켰다. 미국은 특히 사거리가 350마일(500㎞) 정도인 미사일이 선적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인도 중국 태국 라오스까지 날아갈 수 있는 거리다. 며칠 뒤 라이트호는 공해상 한가운데 멈췄고 곧바로 뱃머리를 돌려 북한으로 향했다. 미국의 정찰기와 위성이 라이트호를 뒤쫓았으며 라이트호는 북한으로 돌아가는 도중 엔진고장을 겪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미국의 군비통제 및 비확산전문가인 조슈아 폴락은 13일 “북한이 1987년부터 2009년까지 모두 510건의 탄도미사일 수출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