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前 미 국무 “중국은 美에 커다란 도전으로 다가와”

입력 2011-06-13 19:15

헨리 키신저(88) 전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은 미국에 ‘커다란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중국 외교는 “근본적으로 옳다”고 평가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의 대담 프로그램 ‘파리드 자카리아 GPS’에 출연해 “40년 전 중국 방문 때 중국이 미국과 경쟁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역할이 커지면서 세력균형 측면에서 근본적인 변동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힘으로만 보면 미국에 가장 근접한 국가”라면서 “미국이 여전히 강력하지만 더 이상 지배적인 국가는 아니다. 중국의 도전과 미국의 위상 변화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가 우리가 치러야 할 거대한 시험”이라고 말했다.

이 시점에서 키신저의 전략은 뭘까. 그는 “‘냉전’이 답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대결 전략은 서로 시간을 낭비할 뿐이라는 얘기다. 그는 “닉슨 행정부에서 가장 잘한 일은 실용적 문제를 능숙하게 처리한 게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를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를 오랜 시간 중국에 설명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출간된 회고록 ‘중국에 관해(On China)’에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제로섬 게임’이 아닌 협력관계라고 강조했다.

키신저는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외교에 대해 “근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건 양국 모두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분명히 이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인권에 대해 키신저는 “민주주의자로서 중국의 인권 문제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입증된 승리자나 패배자는 없다는 인식 하에 중국의 리더십을 인정하면서 인권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8년 대선 때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를 지지했던 키신저는 오바마에 대해 “그는 생각의 힘으로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며 비판적 견해를 보였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